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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번은 김과장"…원장님 '점심 모시기'에 출장까지

"오늘 당번은 김과장"…원장님 '점심 모시기'에 출장까지
입력 2021-05-13 20:34 | 수정 2021-05-1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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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지방 자치 단체 산하 기관의 직원들이 근무표까지 짜서 기관장의 점심 수행을 도맡고 있습니다.

    거리가 좀 떨어진 근무지의 직원들은 출장 처리까지 하면서 기관장의 점심을 챙겼는데, 해당 기관장은 '본인이 가면 오히려 직원들이 부담 스러울까봐'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병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강원도 원주시의 산하기관인 평생교육원입니다.

    이곳에선 매달 '특별한' 근무표가 나옵니다.

    '원장님 수행'으로 불리는 '점심 수행' 당번 표입니다.

    평생교육원 산하에 있는 3개 조직의 각 부서 이름이 요일마다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원장과 함께 점심 먹을 부서를 당번처럼 매일 짜놓는 겁니다.

    [원주시청 직원]
    "그 표는 원장님하고 점심 식사를 하려고 시간을 정해놓은 표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70여 명의 직원들에겐 한 달에 한두 차례, '점심 수행' 순번이 돌아옵니다.

    대개 해당 부서에서 음식점을 예약하고, 점심 무렵인 11시 40분쯤 원장을 수행해서 모시고 들어갑니다.

    [문성호/원주시 공무원노조 사무국장]
    "부모님한테 그렇게 과도한 점심 의전을 했으면 부모님한테 사랑이라도 받겠죠."

    근무지가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 소속 직원들은 출장을 끊기도 했습니다.

    지난 달 13일과 26일, 점심 수행 부서에서 '업무 협의'라며 2시간 출장 처리를 했습니다.

    점심 수행 시간에 맞춰 일찍 나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는 겁니다.

    [원주시 평생교육원 직원]
    "추가 근무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고… 원장님 앞에서 누가 '불합리합니다, 불만이 많습니다',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있겠어요."

    지난 1월 부임한 평생교육원장은 부서만 지정했을 뿐, 점심에 참여할 직원은 부서에서 알아서 결정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원장이 직접 직원들을 만나러 가면 오히려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원주시 평생교육원장]
    "좀 불합리하다고 그럴까? 내 생각에는, (내가) 매일 간다고 생각하면. 직원들도 (원장이) 점심 먹으러 오면 부담감을 가질 거 아닙니까."

    취재가 시작되자 평생교육원은 이른바 '점심 수행'을 없앴습니다.

    하지만, 일부 부서에선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병선입니다.

    (영상취재: 박영현(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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