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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회사까지 닥치는 대로…중국의 '상표 사냥꾼들'

신생 회사까지 닥치는 대로…중국의 '상표 사냥꾼들'
입력 2021-05-17 20:23 | 수정 2021-05-1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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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국의 상표를 중국의 업자들이 허락 없이 도용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유명 상표뿐만 아니라 신생 브랜드까지 과녁이 됐습니다.

    김민찬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중국 칭다오의 대형 쇼핑몰.

    최근 한 의류 매장이 문을 열었습니다.

    못난이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모자, 가방, 그리고 휴대전화 케이스까지.

    알고 보니 짝퉁입니다.

    우리나라 브랜드를 그대로 베껴 만든 겁니다.

    [박신후/국내 브랜드업체 대표]
    "너무 충격적이었어요. 그냥 카피가 아니라 이건 정말 브랜드 자체를 도용을 해버리고. 브랜드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라는 두려움이 생겼어요."

    설립연도를 뜻하는 'since 2014'

    엽서에 등장하는 작은 캐릭터까지.

    깨알같이 베겼습니다.

    심지어 판매 목적이 아니라 회사 사무실에서 쓰려고 만든 디자인까지 그래도 베꼈습니다.

    [박신후/국내 브랜드업체 대표]
    "CCTV를 알려주는 스티커를 만들었는데 이걸 또 갖다가 모자에도 넣고 티에도 넣고 이런 식이에요."

    중국의 상표권 도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파리바게뜨를 베낀 바리바게뜨, 설빙의 로고와 글씨체까지 그대로 베낀 설빙원소.

    굽네치킨, 한솥도시락, 피자에땅까지.

    좀 뜬다 싶으면 모두 표적이 됩니다.

    이런 상표 베끼기는 전문적인 상표 사냥꾼들이 합니다.

    정부가 집계한 상표 사냥꾼은 355명.

    심지어 400개에 달하는 브랜드를 도용한 사냥꾼도 있습니다.

    상표 사냥꾼들은 중국에 먼저 상표 등록을 해놓고, 거꾸로 한국 업체에 돈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합의금으로 많게는 10억 원까지 받아갑니다.

    [권영소/한국지식재산보호원 팀장]
    "홈페이지를 자기네들이 만들어놔요. 보유상표를 올려놓고 이거 얼마얼마 아니면 가격 미정 협의 이런 식으로 해서 올려놔요."

    중국 정부도 2019년부터 상표권 도용을 제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나이키 에어조던을 베낀 중국 브랜드 차오단에, 상표 사용을 중단하고 마이클 조던에게 5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중국 법원의 판결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상표 사냥꾼들은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명 상표들이 아니라, 신생 브랜드들이 표적입니다.

    각종 박람회를 돌며 선점할 상표를 찾아내거나,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 올라오는 신생 브랜드들을 무더기로 중국에 등록해버립니다.

    뭐가 뜰지 모르니, 일단 싹쓸이 등록부터 하는 겁니다.

    [최병욱/변리사]
    "미리 상표 선점을 해 놓고 실제로 상표를 사용하는 것처럼 준비를 해서 상표출원이 무효되지 않도록 준비하는 치밀함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도용당한 국내 브랜드는 지난해 3천5백 건.

    4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피해 업체 수도 5천7백 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대응책이 마땅치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상표권을 한국과 중국에도 함께 등록하는 거지만, 신생 회사들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입니다.

    소송도 쉽지 않습니다.

    [박신후/국내 브랜드업체 대표]
    "착수금이 준비가 돼야 소송을 할 수 있는데, 아예 소송 시작 자체를 못하는 상황이 되니까 되게 답답하더라고요. 막막하고."

    국내 기업들이 상표권을 되찾기 위해 중국 상표 사냥꾼들에게 준 돈은 최소 320억 원.

    그 사이 당한 경제적 피해는 추산조차 어렵습니다.

    MBC 뉴스 김민찬입니다.

    (영상취재: 방종혁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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