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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곽동건, 공윤선

[집중취재M] 로스쿨 때는 합격자 늘리자더니…이제는 "너무 많다"? / 변호사 '징계권'까지 손에 쥐고…'밥그릇 지키기' 몰두

[집중취재M] 로스쿨 때는 합격자 늘리자더니…이제는 "너무 많다"? / 변호사 '징계권'까지 손에 쥐고…'밥그릇 지키기' 몰두
입력 2021-05-17 20:53 | 수정 2021-05-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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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올해 변호사 시험 합격자 중 상당수가 변호사 일을 못하게 될 처지입니다.

    연수를 반드시 거쳐야 일을 할 수 있는데 연수를 담당하는 대한 변호사 협회가 갑자기 연수 인원을 대폭 줄인 겁니다.

    연수를 진행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윤데요, 하지만 이것은 핑계이고 결국 협회가 변호사 집단의 밥 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먼저,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직후, 대한변호사협회는 합격생 연수 인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지난해 800명 가까운 연수를 진행했는데, 변시 10년째 들어 사상 처음으로 연수생 수를 갑자기 제한한 겁니다.

    변협 연수에 지원했다 추첨에서 떨어진 3백여 명은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습니다.

    [변협 연수 탈락자(대독)]
    "정원 200명이라기에 큰 기대는 안 했습니다만, 잡고 싶은 지푸라기마저 물에 가라앉는 느낌…"

    매년 전국의 로펌과 공공기관에서 모집하는 실무 수습 인원은 1천명 남짓.

    나머지 합격자 7백여명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사실상 변협에서 주관하는 연수 뿐입니다.

    이 6개월간의 연수를 받지 못하면 사무실 개업은커녕 사건 수임도 불가능하고, 법원에 서류조차 낼 수 없습니다.

    [올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결국에는 변호사 자격증만 따고서 실질적으론 변호사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백수'가 되는 거죠."

    변협은 그동안 교육 담당 변호사인 지도감독관이 모자라 연수가 부실했다며,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서 인원을 제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변협에서 작년까지 연수를 진행했던 전직 임원조차 핑계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최종연 변호사/전 변협 제2교육이사(작년 연수 진행)]
    "작년 연수의 백서만 보더라도 이렇게 (부실했다고) 주장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오히려 (남는) 연수지도관한테 (합격자) 배정을 못해드린 경우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매칭(연수생 배정)을 못해드리고 죄송하다고까지 한 적이 있었어요."

    강의 역시 첫 두 달은 인터넷으로 진행되는 만큼, 오히려 수강 인원을 늘려도 된다고 합니다.

    특히 '돈이 없다'는 변협의 주장마저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이미 합격자들에게 '연수비' 명목으로 110만 원씩 걷고 있는 겁니다.

    [최종연 변호사/전 변협 제2교육이사(작년 연수 진행)]
    "(합격자들이 내는) 연수비만 가지고도 6개월 연수가 운영될 수 있도록 (연수 인원) 830명을 전제로 해서 예산안을 짰었습니다. 그리고 작년 말에 그걸 상임이사회에서 의결을 하고 나왔고요."

    그래서 변협의 진짜 속내는 다른 데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방효경/변호사]
    "합격한 변호사들의 정식 자격 취득을 늦춤으로써 다음 변호사 시험 때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는 논리로 쓰려고 그렇게 하는 게 아닌가…"

    초유의 연수 제한을 강행한 현 대한변협 집행부에는 로스쿨 1,2기 출신들이 여럿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변호사 시험 합격자 수를 한창 논의하던 2010년 당시, '합격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일괄 자퇴서를 쓰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던 기수들입니다.

    [김형주/전국 로스쿨 학생연합회장 (2010년 12월)]
    "누구나 합격할 수 있는 자격시험으로서의 변호사 시험을 (만들어야 합니다) 문턱이 낮은 법조인의 사무실을 만들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변호사가 되려 할 때는 '문턱을 낮추라'더니, 이제는 후배들의 진입을 온몸으로 막는 상황.

    대한변협 집행부의 얄궂은 입장이기도 합니다.

    1952년 설립된 변협은 회원수 3만여 명의 유일한 법정 변호사 대표단체인데요.

    한국에서 변호사로 일하려면 변협에 등록부터 해야 하죠.

    따라서 변협이 쥐고 있는 등록 심사권은 변호사들의 생사를 좌우할 힘이기도 합니다.

    변협의 막강한 권한은 이제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통제하려는 압박 수단으로까지 쓰이고 있습니다.

    이어서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날.

    "변호사수, 1200명 아래로 감축하라 감축하라"

    변호사가 넘쳐 생계 유지조차 안된다며 대한변협이 시위에 나섰습니다.

    [이종엽/대한변협 회장]
    "변호사 홍수로 인해 수임 건수는 최저 한계선 아래로 주저앉은 지 오래이고 변호사에게 공익은 공허함을 넘어 버거운 짐에 불과하다."

    불과 몇시 간 뒤 같은 장소, 이번엔 합격자 수를 늘리라는 로스쿨 학생들의 맞불집회가 열립니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낮은 합격률과 오탈자(5회 낙방시 응시 제한)에 대한 불안으로 감당하기 힘든 빚을 내면서까지 학원 강의를 듣고 생활고에 치여 목숨을 내놓고 있습니다. "

    변협의 주장은 가진 자의 횡포라는 겁니다.

    "대한변협은 사다리 차기 하지마라"

    법조 후배들과의 볼썽사나운 극한 대치에도 합격자 1천200명선 지키기에 실패하자, 급기야 시험에 붙은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으려 했단 겁니다.

    [김창록/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률서비스의 그 공급자인 변협이 변호사의 숫자를 통제하겠다는 거죠. 공급자가 공급의 수를 제한해서 수익을 챙기겠다, 이건 명백히 불공정한 주장이죠."

    우리나라는 변호사 직군의 '공공성'을 법률에서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합격생 연수 같은 공적 책임을 맡고 있지만, 막강한 권한도 변협에 주어지는 이윱니다.

    회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징계권.

    법무사는 지방법원장이, 변리사는 특허청장이 행사하는 반면, 변협은 회원 징계를 스스로 결정합니다.

    게다가 변협 회장은 법원·검찰과의 '이해 충돌' 소지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의 각종 요직 임명에 추천권까지 행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이라는 두 축의 균형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각종 분야별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들.

    변협은 이들이 불법 사건 중개 브로커 노릇을 한다며 변호사들의 이용을 금지시켰습니다.

    각종 분야별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온라인 법률 플랫폼들.

    변협은 이들이 불법 사건 중개 브로커 노릇을 한다며 변호사들의 이용을 금지시켰습니다.

    [이종엽/대한변협 회장]
    "결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플랫폼 사업자가 법률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석달 뒤부턴 이용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며 엄포도 놓고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변협 산하인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한 설문조사가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피해 경험이나 문제점같은 부정적 질문으로만 구성됐고, 플랫폼 이용시 징계 여부를 묻는다면서 '징계가 필요없다'는 답변 항목은 아예 없습니다.

    [서울지방변회 소속 변호사]
    "이런 편파적인 설문조사는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고, 징계를 운운하는 행위는 좀 성급하다 그리고 이게 왜 잘못됐는지에 대한 근거를 대라고 했어요"

    서울변회는 "회원들의 징계 등 요구가 많아 진행된 설문조사"라며 "문항 내용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이 나는 등 법률 플랫폼의 불법성 여부는 아직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플랫폼 업체와 가입 변호사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이달 중 헌법소원을 낼 예정입니다.

    신규 변호사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징계권을 무기로 소속 변호사들과도 마찰을 빚는 변협의 강경 행보.

    변호사의 '직역'을 지키는 고육책이라지만, 보편적 법률서비스를 바라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하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나옵니다.

    [류하경/민변 사무차장]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제도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이렇게 우리 이익을 추구해야 되겠느냐/신입 변호사들에게만 고통을 주면서 우리 이익을 이렇게 추구하는게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영상 취재 : 장영근 윤병순 노성은 / 영상 편집 :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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