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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로서 자랑스럽다"…평범한 시민의 열렬한 응원

"아버지로서 자랑스럽다"…평범한 시민의 열렬한 응원
입력 2021-05-18 19:57 | 수정 2021-05-18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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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얼마 전 저희는 5.18 직전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민족 민주화 성회'의 현장 육성을 입수해서 공개했습니다.

    당시 전남대 총학생회장이던 박관현 열사의 가열찬 외침은 당시 광주를 적시던 민주화의 목마름을 그대로 전해줍니다.

    [박관현 열사(당시 전남대 학생회장)]
    "민주화 시대를 맞이하여서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대세를 그르칠 수 없어 다 같이 동참하자고 한 데 대해서 누가 반대할 사람이 있겠습니까? 여러분."

    여기엔 이른바 엘리트 대학생만 나선 게 아니었습니다.

    여고생부터 라디오 가게 주인까지 '민주화'를 향한 열망 하나로 대오에 합류했습니다.

    5.18을 사흘 앞둔 5월 15일, 뜨거웠던 광주의 육성을 홍진선 피디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1980년 5월 14일, 전남대 학생들이 정문을 뚫고 나갑니다.

    "같이 죽고, 같이 산다. 좋다 좋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기 원한단다."

    그리고 옛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과 만나 성사시킨 민족민주화성회…

    [1980년 5월 14일/문석환]
    "국기에 대하여 경례! 전남대 총학생회장 박관현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겠습니다."

    그날, 집회를 진행했던 주인공은 23살의 전남대 학생 문석환 씨입니다.

    "옛날 목소리구만."

    젊은 날 품었던 비장했던 각오는 쉽게 잊히지 않습니다.

    [문석환/민주화성회 사회자(당시 전남대 학생)]
    "그때 사회를 진행하면서 내가 이렇게 죽을 수도 있고 그렇지만 죽어도 좋다."

    다음 날에도 민주화성회는 평화롭게 이어졌습니다.

    1980년 5월 15일.

    "민족 민주화 성회를 개최하겠습니다."

    이번엔 평범한 광주의 시민들이 스스럼없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광주의 라디오 가게 주인]
    "나는 광주시 서구 서1동 82-1번지에서 라디오방을 하고 있는 일개 시민으로서 내 자식과 같고 내 형제와 같고 내 손자와 같은 여러분 학생들이 민주 회복을 위해서 투쟁한 데 대해서 진심으로 존경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식 같은 학생들을 격려하는 목소리엔 뿌듯함이 묻어납니다.

    [광주의 라디오 가게 주인]
    "네가 목이 쉴 정도로 민주 회복을 위해서 데모를 했다는 데 대해서 아버지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환호)

    시민들의 응원은 자발적이었고… 열렬했습니다.

    [이름없는 시민]
    "갑자기 올라와 내용이 부실한 것을 용서해주십시오. 민주화를 위한 마음으로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도청 앞에서 수고하고 계시는 대학생 여러분께 경의의 마음을 보냅니다."

    '스승의 날'이기도 했던 당일, 한 여고생은 선생님께 남기는 글을 전합니다.

    [이름 모를 여고생]
    "저희 제자들의 충정을 깊이 이해하고 계시는 선생님, 또 우리는 이 모든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고자 이렇게 나섰습니다."

    당시 민주화성회에 참가했던 또 다른 청년은 이제 5.18을 기록하는 관장이 되었습니다.

    당시 전남대 학생기자가 담아낸 이 육성 테이프는 5.18 기록관에 전달됐습니다.

    [정용화/5.18 민주화운동 기록관장(당시 민주화성회 참가)]
    "5.18이라고 하는 게 5월 18일에 일어나서 5월 27일에 끝난 게 아니고 이미 14일부터 시작이 된 거죠."

    낡은 테이프에 남아 우리에게 전해진 그날 광주의 함성은, 41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MBC뉴스 홍진선입니다.

    (영상취재: 강성우(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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