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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환자가 성장의 동력"…한의원의 '입원 마케팅'

"교통사고 환자가 성장의 동력"…한의원의 '입원 마케팅'
입력 2021-05-18 20:22 | 수정 2021-05-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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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일부 한의원들이 호텔 같은 병실을 차려 놓고 교통사고 환자를 상대로 이른바 '입원 바캉스'를 즐기라고 부추기고 있습니다.

    환자는 돈 한 푼 안 들이고 좋은 시설에서 푹 쉬다 가고 한의원은 보험사로부터 두둑한 병실료를 챙길 수 있는 겁니다.

    '교통사고 환자가 우리의 성장 동력'이라고 말하는 일부 한의원의 상술을 이준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주차장 진입로에 서 있는 차량 뒤로 다른 차 한 대가 와서 멈추고, 이걸 못 본 앞차가 후진을 하다 뒷차를 받고 맙니다.

    두 차량 모두 부서지거나 깨진 곳 없는 경미한 사고.

    하지만 뒷차 탑승자 4명은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으로 갔고, 열흘 가까운 치료 끝에 앞차 보험사로부터 합의금 320만 원을 받았습니다.

    [앞차 탑승자]
    "왜 (한의원을) 거기까지 갔지? 하고 검색해봤는데, (홈페이지) 메인에 교통사고 이런 걸 잘 해주는, 치료 잘 해주는 한의원이라고 광고 배너가 있더라고요."

    지난해 교통사고 경상 환자에게 지급된 한방진료비는 총 1조 1천억 원.

    5년 새 3배 넘게 늘어, 양방 진료비에 맞먹을 정돕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교통사고 전문 한의원.

    그 중 한 곳을 찾아가봤습니다.

    사고가 났다는 말을 꺼내자마자, 입원할 건지부터 묻습니다.

    [A 한의원]
    <교통사고 났는데요, 아침에> "아침에요?"
    <네.> "입원하시게요?"
    <네?> "입원하시게요?"
    <바로 할 수 있어요?> "네, 가능하세요. 지금 바로 입원하실 거면 작성하실게요."

    또 다른 한의원도, 교통사고 치료를 받고 싶다고 하자 입원 얘기부터 꺼냅니다.

    [B 한의원]
    "침 치료, 추나 치료, 약침 치료 이렇게 진행되고 있어요. 입원하실 계획은 없으시고요?"

    돈 걱정은 말라고도 합니다.

    "입원은 7일까지 가능하시고, 치료는 3개월까지는 쭉 가능하시고..어혈 푸는 한약 20일치 정도 들어갈 거고..자동차보험 처리되니까 비용 발생하는 건 없으세요."

    현재 자동차보험 운전자 대부분은 대인담보 무제한에 가입한 상태로, 진단서 없이 통증만 호소해도 모든 치료비가 보험처리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아무 부담이 없습니다.

    이걸 파고드는 건 한의원의 럭셔리 마케팅.

    은은한 조명 아래, 넷플릭스가 나오는 대형tv와 안마의자, 고성능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에 냉장고까지.

    호텔 뺨 치는 병실을 내세워 입원을 유도합니다.

    [C 한의원]
    "(입원비는) 25만원, 하루에 25만원. 치료 총 (하루) 두 번 들어가고요."
    <보험 되면 금액은 신경 안 써도 되나요?>
    "네."

    다인실을 없애고, 상급병실로 개조하는 한의원도 늘고 있습니다.

    전체 병상이 10개 이하인 한의원은 일반 병실이 없어도 된다는 규정을 이용해 1, 2인실로만 딱 10개까지 병상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들이 지출한 1인당 평균 진료비는 일반병원이 33만 8천 원인 반면, 한의원은 85만 6천 원으로 2.5배 더 많습니다.

    이런 점은 합의에 악용되기도 합니다.

    보험사들은 한의원 진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교통사고 환자가 한의원으로 가면, 합의에 좀 더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보험업계 관계자]
    "보험사에서는 (한의원) 치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 어느 정도 합의금을 절충해서 지급을 하고 퇴원시키는 (선택을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빈틈을 파고든 입원실 네트워크도 등장했습니다.

    교통사고 입원치료가 한의원 성장동력이라면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회비를 받고 한의원을 모집해 입원실 공사와 홍보 등을 해주는 겁니다.

    [네트워크 가입 권유 강사]
    "치료도 중요하지만, (환자들이) 치료보다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원할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해서, '호텔 바캉스'가 아니라 '입원 바캉스'를 한번 구현해보자.."

    작년 4분기, 한의원들이 보험사에 청구한 경상환자 상급병실료는 32억 8천여만원으로, 2억 8천만 원에 그친 일반 의원을 압도하며 급증하는 추세.

    이런 보험금 지출은 결국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한의사협회가 상급병실 마케팅은 일부의 문제이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경상환자 진료비 억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준범입니다.

    (영상취재 : 김재현/영상편집 :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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