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김세로

[단독] "꼭대기 층에 있을 줄 알았는데"…숨어 있는 '옥상 출구'

[단독] "꼭대기 층에 있을 줄 알았는데"…숨어 있는 '옥상 출구'
입력 2021-05-19 20:13 | 수정 2021-05-20 12:00
재생목록
    ◀ 앵커 ▶

    보통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 불길을 피해서 맨 꼭대기 층으로 대피를 하죠.

    그런데 막상 올라가 보면 대피를 할 수 있는 옥상이 아니라 기계실 같은 다른 시설이 있고, 옥상은 그 아래층에 있는 아파트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난해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군포의 아파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경기도가 시도 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도내 아파트나 기숙사 등 5,900여 곳의 옥상 실태를 전수 조사했는데요.

    저희가 그 결과를 단독 입수해서 현장을 점검해 봤습니다.

    김세로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15층 아파트 창문으로 불길이 솟구쳐나옵니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군포의 한 아파트 12층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다 난 불로 4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습니다.

    화재조사보고서입니다.

    사망자 가운데 주민 2명은 맨꼭대기층 기계실 앞에서 숨졌습니다.

    옥상인 줄 알고 올라온 건데, 옥상은 바로 한층 아래였고 문도 열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열려있는 옥상 출입문을 지나쳐 맨 꼭대기까지 대피했지만, 잠긴 기계실 문 앞 막다른 길이었던 겁니다.

    화재 이후에야 기계실로 올라가는 계단엔 굵은 쇠줄이 걸렸습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어떤 사람이든 옥상을 안 올라와 본 그런 경우에는 무조건 (옥상이) 꼭대기인 줄 알고…"

    어떤 상황일지 재연해봤습니다.

    연기가 가득한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아야 하는데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없어 여긴, 아무것도 안 보여!"

    머리에 단 카메라에 손끝도 보이지 않습니다.

    14층, 15층 표지판이 가까이 가야 겨우 보일 정도입니다.

    [박광석/중앙소방학교 교수]
    "한 30초 정도는 (숨을) 참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는 더 호흡이 가빠지기 때문에 더 많은 호흡을 하게 됩니다. 그러면 정신을 잃고 쓰러지게 되는…"

    불이 났을 땐 옥상 위치를 아느냐가 생사를 가를 수 있단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다른 아파트들은 어떨까.

    경기도 광명의 한 아파트입니다.

    계단을 따라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니 기계실.

    옥상 출입문은 한 층 아래입니다.

    [정용임/아파트 입주민]
    "<맨 꼭대기가 옥상이 아닌 건 아세요 혹시?> 옥상인 걸로 알고 있죠. <맨 꼭대기에 있는 문은 엘리베이터 기계실 문이고 그 밑이 옥상 출입문인데, 그건 알고 계세요?> 그건 모르는데…"

    수원에 있는 이 아파트도 최상층 한 층 아래가 옥상입니다.

    그런데 문도 3개인 데다 아무런 표시가 없어 어디가 비상구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맨 꼭대기에서 2개 층 아래에 옥상이 있는 아파트도 있습니다.

    맨 위가 소방설비실, 그 아래가 엘리베이터 기계실, 그 밑이 옥상입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그럼 실제 한 층 더 위는 기계실, 더 위는 댐퍼실(소방설비실) 이렇게 된 건가요?> 네 그렇죠."

    경기도가 두 달에 걸쳐 도내 아파트나 기숙사 등 5,900여 곳의 옥상 실태를 조사했더니, 맨 꼭대기층에 다른 시설이 있고 옥상은 그 아래에 위치한 건물이 1천8백 곳이 넘었습니다.

    비상구 유도등이 없는 건물도 1천3백 곳이나 됐습니다.

    관리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옥상문에 크게 비상구 스티커를 붙여놓은 아파트도 있지만, 아무런 표시가 없는 곳도 있고…

    비상구 유도등도, 있는 곳, 없는 곳, 있는데 불이 켜진 곳, 꺼진 곳 등 달랐습니다.

    군포 아파트처럼 쇠줄을 걸어 기계실로 못 올라가게 막은 아파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았습니다.

    [이성구/아파트 관리과장]
    "물리적으로 못 가게 막은 건 비용이 돈 1만 원 정도하고요. 만 원 이내로 해요."

    옥상출입문 유도등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엘리베이터 기계실 출입도 안전기준이 없어, 아파트마다 알아서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토교통부 건축안전과 담당자]
    "법령에서는 (안전기준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조금 더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조사는 아파트 옥상 대피공간에 대해 최초로 이뤄진 대규모 조사입니다.

    경기도는 민원을 우려해 아파트 이름 공개를 꺼렸지만, MBC는 국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온라인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경기도민이라면 내가 사는 아파트 옥상이 어떻게 돼 있는지,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선 아직 비슷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주민들이 직접 확인해봐야 합니다.

    MBC뉴스 김세로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 강종수 / 영상편집: 김정은)

    ▷ 우리 아파트 옥상은 안전한지 확인해볼까요?
    http://fire.assembly-mbc.com/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