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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이 촉발한 혐오와 갈등…치유의 해법 없나?

'손가락'이 촉발한 혐오와 갈등…치유의 해법 없나?
입력 2021-05-19 20:21 | 수정 2021-05-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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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엄지와 검지로 뭔가를 집는 듯한 손 모양이 들어간 포스터를 두고 남성 혐오 표현이라는 주장이 확산하면서 일이 커졌습니다.

    GS 25, BBQ, 무신사, 심지어 경찰청까지 줄줄이 홍역을 치렀습니다.

    청년 세대의 성별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요즘, 이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지 오해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남 GS본사 앞.

    남성 몇 명이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GS25 편의점의 홍보 포스터 때문입니다.

    [배인규/신남성연대 대표]
    "기업 사장이라도 튀어나와서, 사장이 아니라면 기업 간부라도 튀어나와서, 대한민국 남성들, 대한민국 가장들에게 대국민 사과를 해야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작은 지난 1일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GS25의 포스터에 등장한 손가락 모양을 문제삼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한때 남성 혐오 논란을 빚은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가 남성을 비하하던 은밀한 표시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이 주장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일부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GS25 불매 운동으로까지 번졌습니다.

    [장동현/대학생]
    "조금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편의점도 많으니까. 굳이 거기보다는 다른데도 있을 수 있으니까."

    논란 끝에 GS25는 다음날 포스터를 삭제하고, 사장이 직접 나서서 공식 사과까지 했습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는 비슷한 이미지 색출 작업이 벌어졌습니다.

    GS칼텍스와 포카리스웨트, BBQ, 무신사, 그리고 심지어 경찰청까지.

    줄줄이 이들의 표적이 됐습니다.

    [문성호/당당위 대표]
    "예전에는 여성들은 참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고 남성들은 참아왔다면, 이제 양성 모두 자신들에 대한 조롱이나 혐오를 참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고 나선다고 봅니다."

    정말 이 표식이 남성 혐오를 의도한 걸까?

    [이주찬/취업준비생]
    "포스터에 페미니스트 손가락 행동 있잖아요. 이거를 좀 대놓고 티 낸 것 같아서 별로 안 좋다고 생각해요."

    [이예준/회사원]
    "너무 과민반응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저는 딱 그 포스터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의견은 조금씩 달랐지만, 젠더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건 다들 동의했습니다.

    젠더 갈등은 특히 4월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를 전후해 더 도드라지게 나타났습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 '남성 혐오'라는 단어가 얼마나 등장했는지 봤더니, 올해 1월과 2월만 해도 1만 건, 2만 건 정도였는데, 선거가 치러진 4월에 11만 건으로 치솟았습니다.

    정치가 오히려 갈등을 더 키운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카메라 앞에 선 20대 남성들은 불만을 얘기했습니다.

    [최인호/대학생]
    "제도적으로는 남성이 불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안심주택이라던가 여성할당 같은 것들이 부여가 돼있고요."

    [김재준/대학생]
    "전역하고 나서 군대에서의 그 시간을 보상을 받으면 좋겠다."

    이들은 왜 화가 났을까?

    전문가들은 부모 세대와 달라진 사회경제적 조건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성장 시대, 취업은 너무 힘들고 삶은 팍팍해졌습니다.

    한 조사결과 청년 구직자들의 절반 이상이 불안감, 무기력, 우울감, 좌절감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런 감정들은 쉽게 분노로 바뀌기도 합니다.

    사회적 약자인 20대 남성들이, 또 다른 약자인 같은 세대의 여성들에게 이런 감정들을 투사하는 겁니다.

    [신경아/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군 가산점제 폐지 이후로 여러가지 분노가 있었고, 분노의 감정을 자기보다 좀 약한 사회적 집단에 투사한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실은 20대 여성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20대 여성]
    "질 좋은 일자리의 숫자가 전체적으로 다 줄었어요. 심지어 아르바이트하면서 학원 다니면서 취업을 하려고 해도, 아르바이트 자리도 없고."

    갈등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구영호/회사원]
    "좀 극성인 단체들이 몇 개 있잖아요. 그런 극성인 단체들끼리 서로 대립이 되다보니까 신경 안 쓰는 사람들도 더 신경을 쓰게 만드는 것 같고."

    일부 정치인들은 갈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20대 남성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갈등을 더 증폭시키고, 이미 위헌 결정을 받은 군가산점 부활같은 즉흥적 정책들도 내놓습니다.

    [구정우/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청년들한테 열려있는 좋은 일자리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청년들끼리 갈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런 것들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청년갈등을 젠더문제로만 풀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청년 세대 젠더 갈등은, 희망 없는 미래를 물려준 기성세대의 책임일지 모릅니다.

    해법도 기성세대와 정치의 책임으로 남았습니다.

    MBC뉴스 오해정입니다.

    (영상취재: 방종혁, 이준하 / 영상편집: 위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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