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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서는 "열어놔라" 경찰은 "잠가라"…무용지물 '대피소'

소방서는 "열어놔라" 경찰은 "잠가라"…무용지물 '대피소'
입력 2021-05-20 20:17 | 수정 2021-05-2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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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옥상에 대피 공간이 있다고 해도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문이 열려야 겠죠.

    하지만 방금 보신 영화에서 처럼 옥상 문이 열리지 않으면 불길이나 연기에 갇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이렇게 옥상 문이 잠겨 있는 아파트가 경기도에만 천 5백 단지가 넘었고요.

    이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곳들도 많았습니다.

    이어서 남재현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수원의 12층 아파트.

    유도등을 따라 맨꼭대기까지 올라가봤는데 옥상출입문이 잠겨 있습니다.

    열쇠는 이 동 1층에서도 250m 떨어진 관리사무소에 있습니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아이들이 자꾸 올라가는 상황이 되다 보니까, 지금 현재는 잠가놓고 있어요."

    꼭대기층 주민들에게 열쇠를 맡긴 아파트도 있습니다.

    찾아가보니, 두 집은 아무도 없었고, 다른 한 집은 "주인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또다른 집은 "열쇠 얘긴 처음 듣는다"고 해, 결국 문을 열지 못했습니다.

    [11층 주민]
    "옥상 키 받은 적 없어요. 없어요."

    옥상문 바로 옆에 눈에 띄도록 열쇠보관함을 둔 아파트도 있지만, 잦은 분실이 말썽입니다.

    [B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저희는 2개나 부서졌어요. 애들이 와서 부숴놓는 바람에…"

    관리사무소들은, 소방당국은 옥상을 열어놓으라고 하고, 경찰은 범죄나 사고 예방을 위해 잠그라고 한다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 지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2016년 2월 이후 짓는 아파트에는 옥상문에 자동개폐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평상시엔 잠겨 있다가 화재로 열이나 연기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열리는 장치인데, 이번 경기도 조사에서 4군데 아파트의 자동개폐장치가 고장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C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지금은 자동개폐장치가 작동을 하는 건 아니네요?)
    "네. 지금은 보수 중인데 나중에 끝나면 다 된다 이거죠."

    이번 조사에선 또, 옥상문이 열쇠나 번호키로 잠겨있는 아파트가 1천5백여곳으로, 4곳에 1곳 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옥상 위치도 제각각, 옥상문 역시 잠긴 곳, 열린 곳 다 다르고, 대피공간이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도 있어 결국 자기 아파트 옥상에 대해 미리 파악해둬야 비상시 목숨을 건질 수 있는 겁니다.

    지난해 울산 33층 주상복합건물 화재에서도 옥상 구조를 미리 파악한 주민이 있어서 이웃 20여명이 큰 화를 피했습니다.

    [이승진/화재 주상복합건물 주민]
    "한 두세번 정도 올라가서 옥상구조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투자한 시간은 기껏 해봤자 5분에서 10분 정도…"

    하지만, 이런 주민은 드문 게 현실입니다.

    [시흥시 아파트 주민]
    (옥상으로 어떻게 대피하는지 방법을 혹시 주민분들이 잘 알고 계신가요?)
    "아뇨. 그냥 계단 통해서 올라가면 되지 않을까요?"

    소방시설법은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정기적으로 대피시설 위치나 요령을 알리도록 하고 있지만, 게시판 등을 통해 상시 고지하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B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대피공간 부족을 알리는 게) 굉장히 주민들 불안을 올리는 요소여서 저희도 함부로 못 합니다."

    소방청은 옥상 대피공간 관련 개선점을 검토해, 올해 안에 공동주택 화재안전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영상편집: 김재환)

    ▷ 우리 아파트 옥상은 안전한지 확인해볼까요?
    http://fire.assembly-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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