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대 여학생 쫓아가 "술 먹자"…잡고 보니 경찰 간부

◀ 앵커 ▶

만취한 한 중년 남성이 10대 여학생에게 '같이 술을 마시자'면서 집요하게 쫓아가다가 경찰에 신고를 당했습니다.

출동한 경찰이 이 남성의 신분을 확인해 봤더니, 인천경찰청의 간부급 직원이었습니다.

김건휘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젯밤 10시 반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두 남성이 멱살을 잡고 몸싸움을 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한 남성은 만취 상태였습니다.

이 남성은 길을 가던 10대 여학생에게 "같이 술을 더 먹자"며 계속 쫓아왔던 상황.

술 취한 중년 남성이 치근대며 따라오자 공포심을 느낀 여학생은 아버지가 일하는 슈퍼마켓으로 도망쳤습니다.

깜짝 놀란 아버지는 만취한 남성에게 항의했고, 그러다 시비가 붙은 겁니다.

그런데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 중 한 명은 이 남성의 낯이 익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원 확인 결과 이 남성의 직업은 현직 경찰관.

인천경찰청 간부였습니다.

[학동지구대 관계자]
"워낙 어려운 사안이라 그쪽(인천청)에 가서 말씀하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해당 경찰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 소속 팀장인 김 모 경감으로, 경찰 동료들과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이 자리엔 총경급 간부도 동석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최근 '꼴망파' 허민우에게 살해당한 피해자가 112 신고를 했지만 경찰이 묵살한 것이 알려져 기강 해이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에 청장이 당분간 금주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들이 술을 먹고 간부는 행패까지 부린 겁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김 모 경감은 MBC에 경찰이 아닌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고 거짓말까지 했습니다.

또, 10대 여학생을 쫓아간 기억이 전혀 없다며 여학생의 아버지와 왜 싸우게 됐는지도 전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징계 등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청 감찰계 관계자]
"그러니까 이게 쫓아간 건지 아니면 술에 취해서 다른 사람이랑 통화를 하면서 좀 목소리가 컸다고 저희들은 지금 확인되거든요."

신고를 받고 슈퍼마켓으로 출동한 지구대는 김 모 경감에게 범칙금 5만 원만을 부과했습니다.

인천경찰청은 이 같은 초동 대응이 적절했는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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