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평택항에서 일하다가 300kg 쇳덩이에 깔려 사망한 23살 청년 이선호씨.
사고가 난 지 한달이 됐는데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버지는 슬픔을 억누르며 의문을 풀기위해 뛰었습니다.
현장에 안전관리자 한 명만 있었다면 컨테이너에 안전장치만 있었더라면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바람이 지켜졌을 겁니다.
강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선호 씨가 일터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지 한 달.
가족들은 빈소를 그대로 둔 채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암 투병 중인 큰 누나에겐 막내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하지도 못했습니다.
[이은정/故이선호 씨 누나]
"언니만 아직 모르고 있는 상태거든요. 엄마도 지금 많이 힘드실 텐데 언니한테는 티도 못 내고… 언니 앞에서 말도 못 꺼내고 울지도 못하시고…"
평택항 근로자 사망, 뉴스 한 줄 뿐이었던 아들의 죽음.
호소할 곳도 없었습니다.
아들이 300kg 쇳덩이에 깔려야 했던 이유를 밝히기 위해 아버지는 백방으로 뛰었습니다.
사고 2주 뒤에야 안전관리자 한 명만 있었다면, 컨테이너에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청년의 죽음은 막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습니다.
정치인들과 대통령이 찾아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송영길/더불어민주당 대표]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이렇게 쓰러져가는 현장을 더 이상 우리 대한민국에서 방치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작업 지시를 누가 했는지, 책임자는 누구고 처벌은 어찌 되는 것인지 유가족들은 아직 답도, 사과도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3년 전 태안 화력발전소 컨테이너 벨트에 끼어 사망한 24살 김용균 씨, 이듬해 수원 공사장에서 추락해 숨진 26살 김태규 씨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겁니다.
[최정명/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
"정치인들이 앞다투어 이곳에 달려와 머리를 숙입니다. 이들이 와서 뱉은 말이 이제 현실이 돼야 합니다. 이들의 말대로만 되면 이제 우리나라는 산재로 죽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아들을 떠나보낸 부모는 늘 거리로 나와 싸워야 했고, 곡기를 끊어야 했습니다.
선호 씨의 아버지도 아들의 빈소를 지키는 대신 거리로 나섰습니다.
[이재훈/故이선호 씨 아버지]
"사업주들은 각성을 해야 합니다. 이 고통을 우리는 평생 죽을 때까지 안고 살아야 해요…"
작년 한 해 산업재해로 사망한 사람은 882명.
매일 두 명 이상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눈물로 절규하는 이 질문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MBC뉴스 강나림입니다.
(영상취재: 정우영/영상편집: 송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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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강나림
"일터에서 죽지 않게…" 거리로 나선 부모의 한 달
"일터에서 죽지 않게…" 거리로 나선 부모의 한 달
입력
2021-05-22 20:26
|
수정 2021-05-2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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