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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뱀장어 씨 말리는 무허가 어선들…"불법 조업 천국"

[바로간다] 뱀장어 씨 말리는 무허가 어선들…"불법 조업 천국"
입력 2021-05-25 20:23 | 수정 2021-05-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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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사회정책팀 김민욱 기자입니다.

    매년 이맘때면 서해로 흘러드는 강 하구에선 먼 바다에서 민물로 거슬러 올라오는 장어의 새끼, 즉 실뱀장어 조업이 진행됩니다.

    그런데 불법조업이 수십 년째 관행처럼 이어지면서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합니다.

    현장으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군산항을 끼고 있는 금강 하구.

    수십 척의 어선들이 줄지어 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배들엔 선박명도 없고, 어선이라는 표시판조차 없습니다.

    뱀장어의 새끼, 실뱀장어를 노리는 불법 조업 어선들입니다.

    길이 7센티미터 정도의 실뱀장어.

    태평양 먼 바다에서 부화한 실뱀장어는 매년 봄,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강을 찾아와 어른 뱀장어로 성장합니다.

    강에서 다 자란 뱀장어는 다시 고향인 깊은 바다로 나가 알을 낳습니다.

    알에서 나온 실뱀장어가 엄마가 자랐던 강을 찾는 이 무렵, 불법 조업은 기승을 부립니다.

    매년 봄 회귀하는 실뱀장어를 잡아서 1~2년 기른 뒤 유통하기 위해섭니다.

    마리당 보통 1500원.

    비쌀 때는 5천원이 넘다보니 많은 어민들이 불법 조업에 나섭니다.

    [인근 어민 A]
    "3, 4, 5월 해서 보통은 1억에서 2억(원) 정도. 정치망 같은 경우에는 뭐 한 3억에서 4억(원)도 번다고 그래요. 3개월 만에."

    불법조업은 깊은 밤에 이뤄집니다.

    어선들 사이로 나타난 작은 보트 한 척.

    이윽고 어선들의 조명이 켜진 뒤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배에 올라탄 어민들은 그물을 물 속으로 내리며 실뱀장어를 잡아올리기 시작합니다.

    [인근 어민 B]
    "밤에는 단속이 조금 느슨해요. 거의 안하다시피 하죠. 들물 시간에 그물을 쫙 펴줘요. 그물 길이는 대략 약 60미터 정도."

    조업구역은 금강하구둑 2킬로미터 정도 앞 120헥타르 수역으로만 제한됩니다.

    하지만 허가구역에는 10여척의 어선만 있고 조업구역 밖에는 어림잡아 스무척 이상의 배들이 떠있습니다.

    해경 파출소 앞에도 불법 어선들이 진을 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단속은 없습니다.

    [인근 어민 A]
    <(실뱀장어) 몇 퍼센트 정도가 불법 조업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잡히는 거라고 보면 될까요?>
    "90% 정도. 불법 천국입니다. 여기는 불법 천국이에요."

    [군산시청 관계자]
    "단속을 한다고 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그분(어민)들 입장에서는 (불법 조업을) 1, 2년 한 것이 아니라..."

    불법 조업은 어족 자원 고갈로 이어집니다.

    실뱀장어를 마구 잡다보니 어획량은 지난 몇 년간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실뱀장어를 잡기 위해 쓰이는 가늘고 촘촘한 그물은 치어들까지 걷어올리며 다른 어종까지 씨를 말립니다.

    [이용기/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알이라든지 치어까지 모두 잡아서 씨를 말릴 수 있는 생태계 적으로 상당히 위협적인 어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업이 끝난 뒤 강바닥과 둔치에 버려진 불법 어선과 어구들도 환경 오염을 야기합니다.

    금강 하구둑 인근에서는 이렇게 어렵지 않게 버려진 어선들을 볼 수 있습니다.

    불법 조업에 동원됐다 버려진 배들은 결국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들여 치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은 지난 2014년 뱀장어를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했습니다.

    관계기관들이 수십년째 손을 놓는 사이 관행처럼 돼버린 불법 조업으로 강과 바다는 오염되고 뱀장어는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민욱입니다.

    (영상취재 : 김희건/영상편집 : 정지영/영상제공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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