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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봐야 벌금형…취소 면허도 3년 지나면 다시 신청

걸려봐야 벌금형…취소 면허도 3년 지나면 다시 신청
입력 2021-05-26 20:02 | 수정 2021-05-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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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대리 수술 사건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반복해서 발생하는 건 역시 솜방망이 처벌 탓입니다.

    저희가 대리 수술을 맡긴 의사들의 재판을 분석해 봤더니 주로 벌금형 이었습니다.

    또 재판 이후 다시 의사 가운을 입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장슬기 데이터 전문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부산의 한 정형외과.

    한 남성이 양 팔을 벌리고 수술복을 착용하더니, 직접 망치질을 하고 무릎 관절 수술도 집도합니다.

    누가 봐도 의사 같지만, 의료기기 납품업체 영업사원입니다.

    또다른 수술실에선 의사는 팔짱만 끼고 있고, 간호조무사가 상처를 봉합합니다.

    지난 2014년 이 병원에서 영상에 잡힌 무자격 수술만 9차례.

    의사 4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은 의료 현장을 떠났을까요?

    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당시 정형외과 자리 건너편에 새로 생긴 8층 규모의 대형 병원.

    들어가보니, 대리수술로 처벌받았던 의사들의 진료가 한창입니다.

    [OO병원 원장]
    (대리수술 하셨던 거 좀 여쭤볼 수 있을까 해서 왔거든요.)
    "원무과장 불러와라."

    이들이 의사 가운을 벗었던 건 단 3개월.

    1심 재판에선 "비용을 아끼려고, 환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심각한 위험에 노출시켰다"며 전원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벌금형으로 형량이 줄었습니다.

    금고나 징역형 이상이어야 의사 면허가 취소되기 때문에, 벌금형은 석 달 자격 정지만 끝나면 언제든 진료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
    "(사건) 종결할 때쯤 해가지고 건물 올리고 있었으니까. 우리가 '야, 저렇게 해도 건물 올리고 돈 잘 버네' 이랬던 기억이 나니까."

    다른 대리수술 사건들도 살펴봤습니다.

    3년전, 의료기기 영업사원에게 수십 차례나 수술을 맡겼던 신경외과 의사들과 원장.

    3명 모두 벌금 5백만 원에 그쳤습니다.

    "지속적으로 선행을 베풀고, 과오를 반성하는 만큼, 한 번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간호조무사에게 코 성형을 비롯해 90 차례 수술을 맡긴 비뇨기과병원 의사 역시 벌금형이었습니다.

    3년전 또다른 정형외과.

    원장은, 전신마취가 필요한 어깨뼈 절개 수술을 정장 차림의 이 의료기기업체 영업사원에게 맡겼고, 멀쩡하게 걸어들어갔던 환자는 수술 후 뇌사상태로 나와 넉 달 뒤 숨졌습니다.

    원장이 받은 처벌은 징역 1년형에 면허 취소.

    대리수술로 사람이 숨졌는데도 징역 1년형에 그친 겁니다.

    최근 5년 간 이렇게 대리수술이 들통난 의사는 모두 28명으로, 대부분 3개월 자격정지였고, 면허 취소는 5명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면허 취소도 영구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면허 취소 후 3년만 지나면 재발급을 신청할 수 있는데, 최근 5년간 신청된 96건 가운데 8건만 거부돼 10건 중 9건 꼴로 면허가 살아났습니다.

    [보건복지부 면허 재교부 담당자]
    "(심사 내용, 명단 등은) 비공개이네요. 내부적으로만 관리하고 있어요."

    면허 재발급은, 심의위원회 7명 중 4명 이상 찬성해야 통과되는데, 의사 면허 재발급 회의에는 의사협회에서, 한의사 면허 재발급 회의엔 한의사협회에서 2명씩 참석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장슬기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 / 영상편집 이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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