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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뚫고 가란 소리? AI 핑계 대며 배달수수료 후려치기

남산 뚫고 가란 소리? AI 핑계 대며 배달수수료 후려치기
입력 2021-05-31 20:22 | 수정 2021-05-3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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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음식 배달원은 배달 거리에 비례 해서 배달료를 받습니다.

    이 거리 계산을 배달앱 업체가 개발한 인공 지능, AI가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동하는 거리와 AI가 계산하는 그들만의 거리의 차이가 큽니다.

    결국 배달원들만 손해를 보는 건데요, 언제부턴가 사람 몫이던 책임을 다 떠안고 있는 AI, 어떻게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 김세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요기요 라이더인 A씨에게 배달주문이 도착합니다.

    인근 수산시장 한 횟집으로 가, 음식을 받아 배달하라는 내용입니다.

    요기요의 인공지능 AI가 계산한 거리는 330미터.

    그런데 횟집까지는 왕복 6차선 도로가 가로막고 있습니다.

    [A씨/요기요 배달기사]
    "<사실은 못 가는 거리네요?> 예. 저기가 지금 330m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돌아서 가야되는 입장인데 여기서 바로 가라고 지금…"

    결국, 한참을 돌아 유턴한 뒤 시장 안 횟집까지 주행한 거리는 2.5km, AI 거리의 7배였습니다.

    그런데도 배달 수수료는 AI가 계산한 거리 330미터 어치뿐.

    기사들이 지칭하는, 이른바 'AI 밑장빼기' 상황입니다.

    [A씨/요기요 배달기사]
    "거리에 대한 밑장 빼기죠. 하루에 30콜, 40콜을 타고 해봐도 거의 90% 이상은 내비게이션 거리가 다 틀리다…"

    업계 1위 배달의 민족은 어떨까?

    라이더 B씨가 받은 주문은 명동에서 용산2동까지 1.6km 거리.

    하지만 그 길은 남산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B씨/배달의민족 기사]
    "뭐 날아가라는 건 지, 아니면 뚫고 가라는 건 지…"

    결국 실제 B씨가 더 달린 거리는 2km.

    원칙대로라면 수수료 2천 원을 더 받아야 하는 거리입니다.

    기사들은 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거리를 계산해, 배달 수수료를 빼먹는 일이 일상적이라고 말합니다.

    [C씨/배달의민족 기사]
    "오늘 제가 현재까지 탄 게 8.3Km를 운전했다고 나오는데, 실질적으로 제가 오늘 이동한 거리가 24.7Km예요."

    흔한 네비게이션 어플로만 검색해도 실주행 거리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마당에,

    업체들이 굳이 자기네 AI로 거리를 계산해 그만큼만 돈을 준다는 겁니다.

    [B씨/배달의민족 기사]
    "라이더가 갈 수 없는 거리를 배달료로 측정해놓고 그걸 준다는 건 사기인 거죠. 한번 (AI)프로그램 만든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당신들은 그 킬로(km)수에 맞춰서 갈 수 있는지."

    그렇다면 배달업체들이 이런 식으로 해서 아낀 수수료는 얼마나 될까?

    취재진은 배민과 요기요 라이더 2명의 이틀간 배달 주행 거리를 모두 기록한 뒤, AI가 준 거리와 비교해 봤습니다.

    배달 경로는, 과속 등의 위반행위 없이, 일반 네비 어플에 뜬 최적거리를 따랐습니다.

    그 결과, 배민 라이더의 경우 이틀간 더 달린 거리가 34.7km로, 수수료 2만 6천 원을 손해본 것으로 나타났고, 요기요 기사도 실제 주행 거리가 38.8km 더 돼, 1만8천2백원을 무료봉사한 셈이 됐습니다.

    주 6일 한달 근무로 환산하면, 라이더 1명당 월 2-30만 원씩을 못 받은 겁니다.

    업체별 라이더가 1천 명에서 3천 명인 걸 감안하면, 이런 식의 AI 밑장빼기로 한달에 수억 원씩을 아끼고 있는 셈입니다.

    [B씨/배달의민족 기사]
    "손해가 어마무시하죠. 시간적인 손해도 있고, 연료도 그만큼 소비하게 되고…억울하고 화 나는 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기사들은, AI가 찍어준 거리와 시간에 맞추려면, 불법 주행을 안 할 수 없다고 호소합니다.

    [A씨/요기요 배달기사]
    "여기 4km 되는 거리를 3분 만에 배송 가라고…황당했어요."

    [B씨/배달의민족 기사]
    "그렇게 (AI 표시대로) 가려면 신호 위반은 기본으로 해야 되는 거고, 횡단보도를 오토바이를 타고 건널 수밖에 없어요."

    배민과 요기요측에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두 회사는 AI 알고리즘은 밝힐 수 없다면서, 주행거리 차이에 대해서도 기사들에게 보상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두 업체보다 더 심각한 건 업계 3위인 쿠팡이츠.

    두달전 쿠팡이츠는 배달 수수료 책정 기준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배달 거리에 주문 수요나 날씨 같은 기준들을 AI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알아서 수수료를 책정한다는 건데, 기사들로선 그 기준조차 모르니 검증이고 항의고 할 방법이 없습니다.

    [D씨/쿠팡이츠 배달기사]
    "항상 많은 사람들이 정산일이 되면 "돈 덜 들어왔다" 이런 일이 계속 생겨요. 막무가내로 그냥 너네들은 우리가 주는 대로 일하라는 식의…"

    라이더들은 업체들이 AI를 내세워 배달 수수료를 편취하고 있는 게 분명한데도, 자신들이 근로자가 아니다 보니 호소할 데조차 없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최재훈/편집: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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