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홈플러스에서 배송 일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져 2주 만에 숨졌습니다.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는데 9일 연속 근무를 한 뒤였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대신 가족한테 정규직 자리를 주겠다는 제안을 해 왔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1일,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배송일을 하는 최은호 씨는 아침 출근 준비를 하다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갑자기 쓰러졌습니다.
아내가 곧바로 구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뇌사 판정을 받았고 끝내 깨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25일, 최 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미숙/故 최은호 씨 아내]
"너무 건강했던 사람이고,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날다람쥐'라고 했었어요. 엄청 빠르다고."
쓰러지기 전 최 씨는 휴일도 없이 연속 9일을 근무했습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를 오르내리며 쌀과 생수 같은 무거운 물품을 배송했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 차에 빈 페트병을 두고 다녔습니다.
하루 근무 시간은 최대 11시간에 달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은 한 달에 엿새를 쉬라고 통보했지만 쉴 수도 없었습니다.
계약한 물량을 맞추려면 대신 배달을 해줄 차량을 구해야 하는데 하루 17만 원이나 들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 배송기사]
"저희는 지시하는 내용을 거절할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걸 거절하게 되면 계약 해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홈플러스 측은 배송 기사들은 계약을 맺은 개인 사업자라며 자신들의 법적 책임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최 씨 아내에게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며 제안을 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
"오히려 이거야말로 자립을 도와드리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생활을 하실 수 있게 도와드리는 거거든요."
이에 대해 유족측은 사과나 반성 없는 홈플러스 측의 뜬금없는 정규직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마트 노조는 역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과 배송 기사 사망에 대해 홈플러스가 직접 책임질 것을 촉구했습니다.
대형마트 배송기사의 과로사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은 산재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보상 받을 길이 막막한게 현실입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김태효/영상편집: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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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지인
9일 연속 근무한 뒤 끝내 사망…"유족 정직원 시켜주겠다"
9일 연속 근무한 뒤 끝내 사망…"유족 정직원 시켜주겠다"
입력
2021-06-01 20:26
|
수정 2021-06-0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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