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MBC는 2년 전, 한 공군 부대가 조직적으로 성추행 사건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보도했고 당시 국방부는 철저한 조사, 엄정 조치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어떻게 처리됐나 확인해 봤더니 이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도 않았고 오히려 상부에 보고한 신고자들이 처벌을 받았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남 진주의 공군 교육사령부.
2년 전 여성 장교 후보생들의 명찰 수여식에서 성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불필요한 접촉이 우려돼 훈련생들이 직접 이름표를 달도록 했는데, 한 대령이 굳이 나서 이름표를 달아주며 두 손으로 가슴을 눌렀다는 겁니다.
[당시 담당 소대장/지난 2019년 12월]
"그때 전대장님(대령)이 뒤에서 듣고 계시다가 '그럼 내가 붙여줄게!' 이렇게 말씀하시더니 제 손에 있는 명찰을 가져가서..가슴에 '탁' 붙여주는 상황이었습니다."
소대장과 대대장은 최고책임자인 준장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준장은 분리 조치는 커녕 가해자로 지목된 대령에게 신고가 들어왔다고 알려줬습니다.
헌병대도 대대장과 소대장이 대령을 음해했다는 무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대령은 이들을 무고죄로 고소했습니다.
결국 성추행 신고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대대장은 상관명예훼손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유죄를 이유로 강제휴직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반면 성추행 사건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추행이 아니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군검찰은 피해자가 어린시절 성추행 경험 때문에 예민한 거라고 몰아갔습니다.
[김경호/피해자 측 변호사]
"(피해자는) 받아들일 수가 없죠. 그래서 불복을 했는데, 불복을 해봐야 '그 밥에 그 나물'이야… 분노가 일었죠."
2년 전 MBC는 공군의 이런 조직적인 성추행 축소 사건을 보도했고 당시 국방부는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습니다.
지난해 외부 민간인으로 구성된 국방부 '청렴옴부즈만'은 성추행 신고를 보고했다고 불이익을 준 건 보복성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대령과 준장에 대해선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징계 등의 처분을 권고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떤지 확인해봤습니다.
대령과 준장 모두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인 '주의' 처분에 그쳤습니다.
대대장은 강제휴직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내며 힘든 법정 싸움중입니다.
[당시 담당 대대장]
"제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다 잃었습니다. 만약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이런 식이라면 내가 다시 피해 장병을 위해서 대대장으로서 다시 나설 수 있을까 굉장히 큰 고민에 빠질 것 같습니다."
상관에 대한 성추행 신고 사실을 절차대로 보고한 것만으로도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현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군내 성범죄는 은폐가 계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서현권/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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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윤상문
[단독] 2년 전에도 "엄정 수사"…처벌은 없고 신고자는 '보복'
[단독] 2년 전에도 "엄정 수사"…처벌은 없고 신고자는 '보복'
입력
2021-06-02 19:57
|
수정 2021-06-02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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