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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그들은 왜 1시간 일찍 출근했나

60대 청소 노동자의 죽음…그들은 왜 1시간 일찍 출근했나
입력 2021-06-03 20:27 | 수정 2021-06-0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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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 용산구에서 거리를 청소하던 노동자가 청소 도중에 쓰러진 뒤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동료들은 과로사를 의심하고 있는데요, 노동 환경이 과연 어땠는지 구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도로.

    거리를 쓸던 한 청소노동자가 힘이 부치는 듯 자리에 앉더니 이내 뒤로 쓰러집니다.

    쓰러진 노동자는 서울 용산구의 한 가로청소 위탁업체에 소속된 60살 박 모씨.

    뇌경색으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만에 끝내 숨졌습니다.

    [故 박 씨 유족]
    "(자녀가) 대학생이 둘 있거든요.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거기(청소업체)를 들어갔는데 그래도 일하는 건 즐겁게 생각하고 했단 말이에요."

    유족들은 박 씨가 평소 심장질환이 있었는데, 오후 4시에 일이 끝나면 쓰러져 잠만 잘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말합니다.

    근로계약서상 근무시작 시간은 새벽 6시.

    하지만 박 씨는 매일 1시간 더 일찍 출근해야 했다는 겁니다.

    [故 박 씨 유족]
    "하루 일 양이 있잖아요. 그 일 (양)을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출근)할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근데 그 일을 양을 (채우지) 못 하면 되게 압박을 줬다고 그러더라고요."

    청소노동자들의 출근 시간을 직접 확인해봤습니다.

    새벽 4시 30분쯤.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하더니 5시가 넘어가자 대부분 직원들이 청소를 시작합니다.

    [동료 청소노동자 A]
    "그 구역을 다 (청소)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거든요. 그러면 반장들이 그걸 빌미로 당신을 계약 하니 안 하니. 먹고 살려고 하니까 빨리 나오게 되어 있죠."

    탄력적으로 사용하라던 휴게 시간도 눈치가 보여 제대로 쓸 수 없습니다.

    [동료 청소노동자 B]
    "우린 청소부잖아요. 길거리가 깨끗하면 돼요. 어떻게든지 돌아다니다가 잠깐 서 있고 그런 정도는 할 수 있는 건데, 그것 마저도 용납을 못하는 반장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업체 측은 직원들이 아침잠이 없어서 자발적으로 일찍 나오는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소업체 관계자]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까 저절로 일찍 깬답니다. 60 이상 (나이)대가 상당히 많아요. 60이 넘어가면 잠이 없어 새벽에…"

    박 씨의 사고를 지켜본 동료들은 제발 근로계약서상의 시간만이라도 지켜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료 청소노동자 A]
    "오늘도 사고 안 당하고 무사히. 그게 제일 크죠. 다 부양가족이 있는데, 내가 사고 나면 나만 바라고 있는 가족이 있으니…"

    청소 업체는 뒤늦게 박 씨의 가족에게 장례 절차와 산재신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고 용산구청도 청소노동자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구민지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허원철·윤병순/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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