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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크레인'이 버젓이 현장에…"죽고 싶지 않다"

'퇴출 크레인'이 버젓이 현장에…"죽고 싶지 않다"
입력 2021-06-04 20:12 | 수정 2021-06-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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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사실 양대 노총의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공사현장마다 일감을 놓고 다투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도 공동 행동에 나선 건 그만큼 안전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저희가 직접 현장에 나가봤더니, 결함 때문에 퇴출된 불량 크레인들이 아직까지 현장에서 버젓이 가동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차주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타워크레인이 자재를 이곳저곳으로 옮기고 있습니다.

    밑에선 작업자가 내려놓을 위치를 무전으로 알려줍니다.

    지난달 8일, 이렇게 자재를 옮기던 타워크레인에서 갑자기 줄이 끊어졌습니다.

    [봉원범/타워크레인 기사]
    "장비가 이상한 것 같다. 1호기에 계신 조종사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사람 없는 곳으로 방향을 틀었고, 방향을 트는 중간에 바로 짐이 쏟아졌습니다."

    어제 서울 도봉동에서도 똑같은 사고가 또 났습니다.

    줄이 터지면서 철제 갈고리가 30미터 높이에서 떨어졌고, 발판 위에 서있던 작업자가 다쳤습니다.

    문제는 두 대 모두 제작 결함으로 국토부가 이미 사용을 중지시킨 장비였다는 겁니다.

    [현병석/타워크레인 기사]
    "이건 등록말소 처분된 장비이기 때문에 운행하기가 곤란하다고 하니까, (현장소장이) 상관없다고 운행만 하라고 했습니다."

    지난 2월, 국토부는 중국산 크레인 3개 기종 120대에 대해 등록말소를 명령했습니다.

    고쳐 쓸 수 없을 만큼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아예 현장에서 퇴출시킨 겁니다.

    그런데 넉 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등록말소된 크레인은 24대뿐입니다.

    나머지 96대 중 상당수는 아직도 공사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습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3개월 이내에 그걸(등록말소) 해야 되는 게 조건인데, 단 근저당 설정이 돼 있거나 그러면 이걸 조금 유예해준다. 이게 조건이에요. 그래서 (일을) 한 거죠."

    심지어 지난달 25일 강원도 속초의 한 건설현장에선 이미 등록말소된 장비로 계속 공사를 하다 크레인이 붕괴되는 사고까지 발생했습니다.

    [공사현장 관계자]
    "이게 와이어가 터졌네. 저기가 다 찢겼잖아, 와이어가…"

    국토부가 지난해, 등록된 크레인의 10%, 590여 대만 선별해 조사했는데, 4천 건 가까운 결함이 발견됐습니다.

    크레인 한 대당 예닐곱 개씩 결함을 안고 있었던 셈입니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파업에 나선 것이라며 정부의 철저한 안전 관리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MBC 뉴스 차주혁입니다.

    (영상취재: 노성은·강재훈 / 영상편집: 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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