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에서 지게차에 깔려 숨졌는데…그냥 교통사고?

◀ 앵커 ▶

공사 현장에서 이동하던 지게차에 치여 노동자가 숨졌다면 공사 중 사망, 즉, 산업재해로 볼 것인지 아니면 교통사고로 볼 것인지, 어제 삼성물산이 공사 중이던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인데요.

경찰은 일단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는 입장이고, 노동계에서는 중대한 산업재해로 보고 있습니다.

이 사안을 어떻게 봐야 할지 김수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사현장 안 도로.

노란색 조끼에 안전모를 쓴 남성이 뒤에서 오던 지게차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삼성물산 협력업체 소속 일용직 노동자인 50대 A 씨는 바퀴를 세척하는 세륜기로 공사 차량들을 유도하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지게차 운전자는 공사현장으로 가던 중이었고 "A 씨를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사현장 안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사고.

그런데 경찰은 교통사고에 더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지게차가 작업 중에 사고를 낸 게 아니라 작업장으로 가는 길에 사고가 났기 때문이란 겁니다.

[경찰 관계자]
"(지게차가) 작업장에 투입이 돼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안전사고가 맞는데, 작업장으로 연락을 받고 가는 도로에서 그런 거기 때문에 교통사고가 맞고요."

반면 노동 단체들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려는 경찰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정환길/경기도 건설노조 조합원]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났다는데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하겠다는 이런 발상 자체가 삼성이라는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통사고로 처리하면 사고 당사자의 잘못이나 책임만 따질 뿐이고, 산재로 처리해야만 안전조치 여부나 보호구 착용 같은 공사장의 구조적인 안전 문제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겁니다.

[박다혜/금속노조 법률원]
"산재라는 건‥구조적인 문제도 같이 들여다봐야 실제적인 사실이 확인될 수 있는 거기 때문에 (교통사고와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내용이라고 생각하고요."

노동자들은 안전 관리업무를 하청업체에 맡긴 것이 잘못이라며 원청회사인 삼성물산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영상취재: 최인규 / 영상편집: 고무근)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 카카오톡 @mbc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