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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실 못 떠나는 '최 일병'…3년 전 공군에서 무슨 일이?

안치실 못 떠나는 '최 일병'…3년 전 공군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21-06-09 20:25 | 수정 2021-06-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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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 중사가 성폭력에 이어 2차 가해를 당했던 20전투비행단에서는 3년 전에도 한 병사가 어느 간부의 괴롭힘을 견딜 수 없다면서 스스로 생을 정리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자신을 노예 취급한다고 호소할 정도였고 동료 병사들의 증언까지 있었지만, 군 검찰은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결론 냈습니다.

    이 병사의 주검은 고 이 중사 바로 옆 시신안치소에 3년째 누워 있습니다.

    윤상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국군 수도병원 안치실.

    故 이 중사 바로 옆, 故 최 모 일병이 3년째 안치돼 있습니다.

    어머니는 한 달에 한 번 아들을 만나러 옵니다.

    [송수현/故 최 일병 어머니]
    "저번에 해바라기 갔다 놨더니 금방 시들었네. 내 아들…"

    최 일병은 2018년 11월,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서 23살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전화기로 들려온 아들의 목소리는 유독 어두웠습니다.

    [故 최 일병/어머니와의 통화(사망 한 달 전)]
    "휴가만 보고 참자, 참자 이러면서 살았는데 갑자기 어제 휴가 잘렸다는 소리 듣고 갑자기 무너지는 거지. 안 그래도 힘들고 답답한데… 야근 있으면 강제로 해야 하잖아."

    그 무렵 진행됐던 검사에서 최 일병의 스트레스 지수는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특히 상급자의 비인격적 언행 등 9개 항목은 견디기 힘들 정도란 진단.

    상급자 면담이 필요한 결과였지만, 군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 일병은 며칠 뒤 생활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어진 군경찰 조사에서, 동료들은 최 일병이 직속상관 윤 모 소위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거의 매일 질책을 당했고, 작은 실수도 넘어가는 법이 없었습니다.

    휴가를 못 나가게 하겠다며 수시로 최 일병을 압박했습니다.

    최 일병은 동료에게 윤 소위가 '노예 취급을 한다'고 호소했고, '스트레스를 나한테 푸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송수현/故 최 일병 어머니]
    "OO아, 네가 고대인데, 고대 나왔는데 네가 이렇게 일을 하면 내가 미쳐버릴 것 같다. 그런 식으로 괴롭힌 거예요."

    그러나 군 검찰은 가혹행위에 대해선 모욕죄조차 성립되지 않는다며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군사법원은 장교들이 쓸 풋살장 예약을 최 일병에게 대신시킨 것만 직권남용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김정민/故 최 일병 측 변호사]
    "병사가 그렇게 질책에 시달리다 죽었는데… (군에서는) 이런 걸 처벌하면 지휘권이 성립 안 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고 있어요."

    공군은 순직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순직 확인서에 윤 소위의 언행은 질책으로만 기록됐고, 최 일병은 "소심하고 여린 성격으로 상처를 잘 받는다"고 적시돼 있습니다.

    반면 동료들은 군 경찰 조사에서 "부조리에 순응하지 않았던 사람" "부당한 걸 못 견디는 사람"으로 진술했습니다.

    [송수현/故 최 일병 어머니]
    "우리 아들 성격 거기 왜 써 넣습니까. 얘가 약해서 갔다는 걸, 순직 확인서에 써 놓은 거예요. 너희들이 우리 아들을 죽인 거야.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화장 못 하고 있는 거예요."

    아들이 떠난 뒤 어머니는 군 검찰과 법원 개혁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송수현/故 최 일병 어머니]
    "왜 내 아들이, 내 딸이 군대 가서 분명히 군대 때문에 죽은 건데, 왜 유가족이 잘 부탁드린다고 부탁을 해야 돼요? 그리고 수사하면서 제가 의구심 가지고 있었던 거를 풀어준 게 없어요."

    MBC뉴스 윤상문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 / 영상편집: 신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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