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에 있는 작은 섬, '노력도', 2010년, 세금 150억 원을 들여 노력항이 건설됐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운항 중단'을 알리는 종이가 나붙고, 여객선 터미널은 굳게 닫혔습니다.
(지금은 뭘로 쓰이고 있어요?)
"지금 아무것도 안 해요. 낚시꾼들 왔다 갔다 하고…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해요."
문도, 접안 시설도, 모두 녹이 슬었습니다.
인적이 끊긴 안쪽에는 낚시꾼 한 명이 자리잡았습니다.
"담을 넘어가서 계신 거예요. "
(열려있어서가 아니고요?)
"못하게 되어있잖아요."
(그러네요. 낚시금지 다 쓰여져 있는데)
"못하게 되어 있는데 담을 넘어가서 하니까…"
터미널 뒤편의 대형 주차장, 차량 한 대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대신 바닥엔 다시마가 펼쳐져 있습니다.
문 닫은 널찍한 항구를, 어민들이 다시마 말리는 곳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원래 못 말리게 했는데 여기 와서 말리고 그러더라고…"
항구가 조성될 당시 3백 대 규모의 주차장도 함께 만들어졌지만, 이렇게 폐어구들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미줄이 쳐진 대합실 입구는아예 사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버렸습니다.
"(주말에) 낚시꾼들하고 텐트 치고 놀고 냄새가 나가지고. 그냥 쓰레기를 버리고 가버린다니까."
한때는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 취항해 해마다 45만 명의 관광객으로 붐볐지만,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개항 5년 만에 적자 누적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현재는 이렇게 녹슬고 불꺼진 항구로 전락했습니다.
제 기능을 잃어버린 항구.
장흥군은 노력항에 160억원을 다시 투입해 고등어 선단 유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박신주/장흥군 해양수산과장]
"저희들도 고등어 선망선단을 노력항에 유치해서 침체된 노력항과 지역경제도 활성화시키고."
이번엔 전남 무안의 신월항.
3년 전, 어촌 뉴딜사업을 한다며 50억 원을 들여 항구를 뜯어 고쳤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항구에 들러 승객을 태워야 할 페리가 그냥 지나쳐 갑니다.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작은 배에 옮겨 타고 건너옵니다.
[박승국/고이도 주민]
"전에는 차가 선착장 아래까지 내려가서 짐도 옮기고 했는데 지금은 보셨다시피 전혀 그럴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당초, 선착장의 기울기는 8도 정도로 완만했는데, 공사 이후 12도로 가파르게 변했습니다.
이때문에 하루 네차례씩 들어오던 페리는 들어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나이 든 섬주민들은 이끼가 낀 이 경사로를 오르내리다 넘어지고 다치기 일쑤입니다.
[박산오/고이도 주민]
"시골은 다 고령화 시대가 되어있기 때문에 노인들이 저길 올라오지 못해요. 미끄러진 사람들이 많아요."
결국 올해 말 준공 예정이던 신월항 공사는 중단됐습니다.
전국의 크고작은 어항은 2천 3백여 곳, 어촌을 살리겠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쓸모없는 항구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바로간다, 김진선입니다.
(영상취재: 김대준·이우재(목포))
MBC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뉴스데스크
김진선
[바로간다] 여객선 올 거라더니…150억 원짜리 '다시마 건조대'
[바로간다] 여객선 올 거라더니…150억 원짜리 '다시마 건조대'
입력
2021-06-09 20:38
|
수정 2021-06-09 20:39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