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준희

[집중취재M] "압류된 집 팔아드릴게요"…뒷돈 유혹에 다시 매물로

[집중취재M] "압류된 집 팔아드릴게요"…뒷돈 유혹에 다시 매물로
입력 2021-06-09 20:50 | 수정 2021-06-09 22:13
재생목록
    ◀ 앵커 ▶

    세입자들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는 '나쁜 집주인' 빌라왕 연속 보도 오늘도 이어 가겠습니다.

    저희가 한 달 동안 취재하면서 압류된 빌라를 찾을 때마다 집집마다 "빌라를 팔아준다"는 명함이 붙어 있었는데요.

    압류된 집을 어떻게 팔아준다는 걸까요?

    알고봤더니, 위험한 매물을 다른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거였습니다.

    R이라고 불리는 뒷돈을 뿌리면서 빌라를 투기판으로 만드는 세력도 여전했습니다.

    이준희 기자가 집중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빌라가 모여 있는 서울 구로구의 한 주택가.

    신축빌라 분양사무소에 갔더니 지원금까지 얹어줄 테니, 돈이 없어도 사라고 꼬드깁니다.

    [신축빌라 분양사무소]
    "아파트 오르는 상승분의 50%는 같이 올라간다고 보시면 되세요. 지원을 또 해드릴 수 있으니까…"

    분양업체가 근처 부동산중개인들에게 은밀하게 뿌린 A4 1장짜리 종이입니다.

    R이란 글자는 리베이트, 뒤에 붙은 25란 숫자는 2천5백만 원을 뜻합니다.

    즉 이 신축빌라에 매수자나 세입자를 데려오면 뒷돈 2500만 원을 준다는 겁니다.

    [구로구 공인중개사]
    "알선한 사람이 손님을 데려갈 거 아니에요? 그럼 이 사람한테 (뒷돈) 2천5백(만원)을 주는 거에요."

    분양가 3억 원짜리 이 빌라의 전세가는 분양가에 겨우 5백만 원 못 미치는 2억 9천5백만 원.

    전세가를 분양가만큼 끌어올릴 수 있는 것도 이 리베이트의 힘입니다.

    세입자를 구하기만 하면 전세금으로 분양대금을 내고도, 뒷돈 2,500만 원을 중개인과 집주인이 나눠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로구 공인중개사]
    "(전세가가) 투룸이 2억(원) 초반이었어요. 이거 짓기 전까지는…1억이 확 뛰어버린 거야."

    문제는 뒷돈을 뺀 전세금 대부분이 분양대금으로 건축주에게 건너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내줄 전세금이 처음부터 거의 없다는 겁니다.

    [금천구 공인중개사]
    "나중에 이 사람이 나간다고 집 빼달라고 하면 '미안해, 나 돈 없어. 네가 빼서 가든지 차라리 네가 사.' 이렇게 된다고요. 아주 악질적인 시스템이라…"

    세입자에게만 피해를 씌우는 건데 신축빌라만 이런 것도 아닙니다.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못 내줘 압류된 빌라들마다 '빌라를 팔아주겠다'는 명함이 붙어있습니다.

    어떻게 가능한지 물어봤더니, 자신들이 2억 원에 사들이면서 압류가 풀리면 2억 3천만 원에 전세를 내놓겠다고 합니다.

    [빌라 매매 전문 부동산]
    "차액이 3천(만원)이 나오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가 3천(만원)을 가져가는 거죠. 어차피 원금 2억을 드리면은 사장님은 그냥 (해결)되시는 거고…"

    내줄 보증금 없는 깡통 전세를 다음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겁니다.

    올해 8월부터는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의무화돼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일 위험은 없어집니다.

    하지만 이런 투기세력이 여전하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대신 갚아주는 전세금은 투기꾼들의 배만 불리게 됩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소정섭, 최재훈/영상편집:정지영)

    대한민국 나쁜 집주인 리포트 인터랙티브
    http://badlandlords.mbc-interactive.com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