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가림막 하나로 가려져 있기는 하지만 버스 승강장은 사실상 철거 현장 한복판에 있던 겁니다.
승객이나 주민들은 너무 위험 하니까 승강장을 옮기는 게 맞다고 입을 모았지만 광주시나 구청, 철거 업체 어디든 그럴 의지나 계획이 전혀 없었습니다.
송정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광주 54번 시내 버스가 멈춰선 학동의 버스 정류장.
승객을 태우고 막 출발하려던 순간, 옆 차선을 달리던 또 다른 버스는 간발의 차이로 지나칩니다.
한 기업체의 출퇴근용 버스였던 겁니다.
그 짧은 순간, 생사가 갈렸습니다.
옛 도심 지역 한복판의 버스 정류장, 이용객은 많았고, 바로 앞엔 5층 철거 건물이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장수산나]
"거기가 위험하게 보였다고 그러니까 미리 거기를 대책을 세웠어야 되는데 안 하고 사고 나고서 그런다고 볼 때 항상 거기가 위험하게 보였다고 말들을 했었어."
주민들은 평소에도 무섭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이미경]
"바로 그 건물하고 정류장하고 똑같이 딱 있어가지고 무섭다는 생각을 자꾸 했었어요. 왜냐면은 이게 철거를 하면서도 부분 철거가 되면서도 여기는 워낙 건물이 큰 건물이었서서 이게 좀 그렇다는 생각은 하고 다녔었거든요."
하지만, 철거업체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진 않았습니다.
건물 밖에 신호수를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권순호/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철거 잔재가 외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그 현장 외부에 신호수 2명을 배치하는 것으로 신고된 것으로 알고 있고…"
하지만, 건물 붕괴에 크게 놀란 신호수들은 대피하는 것 말곤 할 게 없었습니다.
공사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될 때는 승강장 위치를 옮겨 임시 승강장을 설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광주시나 동구청은 승강장을 옮기지 않았습니다.
[임 택/광주 동구청장]
"시공업체에서 승강장 이전을 저희한테 협의를 요청하거나 이런 건 없습니다. 우리가 오히려 더 그런 점에 대해서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했어야 하지 않았나 이런 아쉬움은 솔직히 들고요."
철거 건물 앞에 불안하게 남아 있던 버스 정류장.
허술한 가림막은 눈에 보이는 위험을 감췄을 뿐, 이 정류장을 덮친 비극을 막진 못했습니다.
MBC뉴스 송정근입니다.
(영상취재:전윤철/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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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송정근
주민들 '무섭다' 느낀 정류장…가림막에 가려졌던 비극
주민들 '무섭다' 느낀 정류장…가림막에 가려졌던 비극
입력
2021-06-10 19:58
|
수정 2021-06-10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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