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택배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려고 파업하는 동안 현장을 지키던 롯데 택배의 노동자가 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아침에 나가서 자정이 돼야 집에 돌아온다는 그의 노동 환경을 통해서 과연 택배 노동자한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고민해 보겠습니다.
이문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이틀전 새벽 쓰러진 롯데택배 노동자 임모 씨.
지난해 11월 임 씨의 지급 명세서입니다.
한 달에 5,156개, 하루 평균 206개를 배송했습니다.
그렇게 번 돈은 466만 원.
그런데 이건 최종 수입이 아닙니다.
분류인력 인건비로 9만2천 원, 분실·파손 건 81만 원, 고객 항의 예수금 명목으로 58만 원이 빠져나갔습니다.
실제 손에 쥔 돈은 308만 원입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임 씨는 일주일에 하루 쉬고 80시간을 일했습니다.
시간당 임금으로 따지면 9천6백원 정도.
최저임금을 간신히 넘겼습니다.
[임OO 씨 부인]
"작년과 작년 추석 때, 거의 잠을 못 자고 나가신 적도 있어요."
롯데택배 측인 임 씨의 배송 물량이 다른 택배노동자들보다 많지 않다며, 과로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럴까?
임 씨의 배송 지역은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과 석운동.
특히 석운동은 단독 주택이 많습니다.
아파트처럼 밀집된 곳은 1시간에 4-50개도 배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단독 주택 지역은 1시간에 10개 배송하기도 빠듯하다고 합니다.
[김종일/임OO 씨 동료]
"차량 진입이 불가한 곳이 상당히 많아요. 물건 하나 들고 50-100미터 걸어갔다 오는 건 기본이고, 차가 못 들어가니까 손수레 끌고 한 바퀴 두 바퀴씩 계속 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지역이든 단독주택 지역이든, 택배 노동자가 손에 쥐는 단가는 똑같습니다.
같은 수입을 올리려면 훨씬 더 긴 시간을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1인당 배송 구역이 좁은 편이지만, 롯데, 한진, 로젠택배는 1인당 배송 구역이 훨씬 더 넓습니다.
[김종일/임OO 씨 동료]
"시간만 줄이면 그 사람은 뭐 먹고 삽니까. 시간을 줄이려면 단가를 올려주는 게 기본으로 따라가야 됩니다."
지난 4월 택배사들은 택배요금을 150원에서 250원 인상했습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택배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돈은 10원도 채 안 됩니다.
MBC뉴스 이문현입니다.
(영상취재:독고명/영상편집: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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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이문현
쓰러진 롯데택배 기사…"주 80시간 일해도 최저임금"
쓰러진 롯데택배 기사…"주 80시간 일해도 최저임금"
입력
2021-06-15 19:57
|
수정 2021-06-15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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