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조재영

성범죄자 산다는 그 집…가보니 '폐가'에 흑염소만

성범죄자 산다는 그 집…가보니 '폐가'에 흑염소만
입력 2021-06-15 20:32 | 수정 2021-06-30 17:23
재생목록
    ◀ 앵커 ▶

    끔찍한 성 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하는 전과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제도가 시행된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성 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서 이렇게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구요.

    인근 주민들 한테는 우편으로 공지까지 해 주고 있고, 최근엔, 카카오톡 서비스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알려준 주소지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살고있는 성 범죄자들이 수두룩 했습니다.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로 72번길.

    성범죄 등으로 9년을 복역한, 50대 김 모 씨가 산다는 주소지입니다.

    자신의 3살 난 딸을 추행했던 김 씨는 지난 3월 출소했고, 10년간 신상 정보가 공개됐습니다.

    그런데, 신고한 주소지가 산 한가운데입니다.

    "여기,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렇죠?"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갔습니다.

    인적은 찾기 어렵고, 누가 키우는지 알 수 없는 흑염소 두 마리가 눈에 띕니다.

    [서혜정/아동학대피해가족협의회 대표]
    "너무 황당하죠. 제가 저 안에까지 들어가서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지 없는지도 들여다 봤거든요."

    산 중턱쯤 다다른 뒤에야, 정확한 번지수를 찾았습니다.

    깨진 유리창 너머 방 안엔 쓰레기가 쌓였고, 풀도 자랍니다.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폐가입니다.

    당연히 김 씨는 이곳에 없었습니다.

    [마을 주민]
    (이 집은 계속 아무도 안 사세요?)
    "네. 우리 사돈 형님이 사시다가 아파트로 갔어요. 안 산 지가 한 10년쯤 됐어요."

    수소문 끝에, 김 씨를 찾아낸 곳은 부산 시내 한복판이었습니다.

    [인근 주민]
    "거기는 아저씨 혼자 살아."

    김 씨가 언제부터 이 주택가에 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김 모 씨]
    (주소가 잘못돼 있어서…)
    "빨리 가라 안 하나! 경찰서 가서 이야기하세요! 저한테는 얘기 물어보지 마시고요."

    신상공개가 결정된 성범죄자들은 주소 등이 바뀌면 20일 안에 경찰에 신고하게 돼 있습니다.

    20대 여성을 성폭행해 교도소에서 7년을 살고 나온 40대 김 모 씨.

    주소지로 나온 충남 청양으로 가 봤습니다.

    오래 전 식당으로 쓰다 지금은 폐업한 한 건물이 나옵니다.

    김 씨는 이미 떠난 지 오래입니다.

    [건물 주인]
    "잠깐 있었어요. 2월달인가 3월달인가…"
    (지금 주소지는 어딘지 아세요?)
    "모르죠."

    먼저, 알림이 사이트에 나온 주소가 왜 맞지 않는지, 관리하는 여성가족부에 물어봤습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이쪽에서 변경이 되는 게 아니고 청양을 관리하는 지역 경찰서, 그쪽을 문의하셔 가지고…"

    관할 경찰은 딴소리를 합니다.

    [충남 청양경찰서 관계자]
    "관리는 홍성 보호관찰소(법무부)에서 하고 있어요. 시스템이 달라요."

    현재 알림이 사이트에 공개된 성범죄자는 4천명이 넘습니다.

    현행법상, 성범죄자 신상정보 등록은 법무부, 사이트 공개와 관리는 여가부, 현장 단속은 경찰로, 각각 나눠져 '떠넘기기'가 벌어지는 겁니다.

    성범죄자들이 신상정보 등록 의무를 위반한 건수도 해마다 급증해, 작년엔 5천 건이 넘었습니다.

    [승재현/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협조의 문제인 것이고 의지의 문제인 것이지… 이게 서로 간에 미루기 시작하면 이건 답 없는 문제입니다."

    지난 3월, 광주의 한 원룸 건물에서 30대 남성이 끌려 나옵니다.

    출소한 지 두 달 만에 전자발찌를 한 채로 인근 건물 계단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뒤 달아났습니다.

    2시간 반만에 경찰에 붙잡힌 장소는 자신의 집이었습니다.

    정확한 신상정보가, 재범이 우려될 때 신속히 대처할 수단이 되는 겁니다.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그 집에 그 범죄자가 살고 있는지 아닌지 한 번 찾아가보는 노력, 이 정도는 사실 해야지 지금 이 문제가 해결될 거 아니에요."

    성범죄자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갖췄다지만, 성범죄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와 노력엔 여전히 빈틈이 많아 보입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영상취재: 소정섭·김재현·강종수/영상편집: 송지원)

    ※위 보도와 관련해, 부산경찰청은 지난 3월 24일 제보자의 신고 이후 3월 29일 해당 전력자가 신고한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즉시 실제 거주지로 신상정보를 변경 등록하였다고 알려 왔습니다. (21.06.30)

    MBC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