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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잡고 껴안았는데…군법원 "자연스런 접촉" 무죄

팔 잡고 껴안았는데…군법원 "자연스런 접촉" 무죄
입력 2021-06-16 20:07 | 수정 2021-06-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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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직속 부하인 여자 부사관을 여러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간부에게,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업어준다'며 강제로 팔과 어깨를 만진 행위를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라 면서 면죄부를 준 건데요.

    대법원이 재판을 다시 하라고 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육군학생군사학교 간부 A 소령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같은 사무실의 여성 부사관 B 씨를 여러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입니다.

    "추억을 만들자. 너를 업어야겠다"며 B 씨의 양손을 잡아끌어 자신의 어깨 위로 올렸고, 난데없이 "키를 재보자"며 B 씨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몸에 밀착시킨 뒤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걸 가르쳐 준다며 뒤쪽에서 B 씨를 안으며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당시 군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던 B 씨.

    직속 상관인 A 소령의 불쾌한 신체접촉에 바로 항의하지는 못했지만, 피해 상황을 휴대전화에 기록했고 동료들에게 털어놓았습니다.

    1심인 보통군사법원은 A 소령에게 징역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2심에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A 소령의 행위는 모두 '객관적이고 자연스러운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왔고, 이것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이 현저히 침해됐다고 볼 수 없다"며 고등군사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겁니다.

    [오선희/변호사]
    "'자연스런 신체접촉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말을 하고 싶으면 의사가 청진기를 대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살짝 닿았다 이런 데다 쓰는 말일 수 있는 거 같고요."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백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형법에서는 같은 죄를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징역형으로만 처벌하도록 했습니다.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폐쇄적인 군 조직의 특성을 반영해 법정형을 높였지만, 실제 처벌에선 소용이 없는 겁니다.

    [오선희/변호사]
    "이 판결문을 보면 (피해자가)'이 사법 시스템은 나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구나' 내가 괜히 신고를 했다거나(하는 생각이 드는)… 피해가 있어도 신고를 할 수가 없어요."

    결국 대법원이 2년 만에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A 소령이 인정하는 행위만으로도,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켰음이 객관적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상편집: 조기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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