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불륜 관계인 기혼 여성의 초대로 남편 몰래 그 집을 방문했다면?
당연히 '주거침입죄'로 처벌 할 수 있다는 게 기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였는데요.
최근엔 '처벌을 해야 한다, 하지 말아야 한다', 하급심에서도 잇따라 판결이 엇갈리면서 대법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곽동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2019년, 남성 A 씨는 불륜 관계인 기혼 여성 집을 세 차례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여성의 남편 몰래 들어갔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적용됐습니다.
1심은 부부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고, 남편의 정신적 피해도 크다며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2심 법원은 무죄라고 뒤집었습니다.
집주인인 불륜 여성의 승낙을 받아 출입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들어간 거라, '주거 침입'이 아니라는 겁니다.
검찰의 상고로 재판을 맡은 대법원은 사건 당사자와 검찰, 교수들까지 불러 공개변론을 열었습니다.
검찰 측은 "집에 들어가려면 그 집에 사는 모든 사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며 "누군가 집에 들어오게 할 자유보다 함께 사는 사람의 평온이 우선돼야 한다"고 처벌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근수/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출입에 동의하지 않은) 다른 거주자의 주거에 대한 지배·관리의 평온도 보호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A 씨의 변호인은 "누구를 들어오게 할지 말지, 의견이 대립하는 건 가족 등 공동체 내부의 문제"라며 "여기까지 국가가 형벌로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맞섰습니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 모든 거주자의 동의를 받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형사처벌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안정훈 변호사/A 씨 변호인]
"(예컨대) 공동생활을 하는 두 회사원 중 한 명이 다른 공동 거주자 몰래 자신의 애인을 종종 집에 들이는 경우 등도 '주거침입죄'로 처벌해야 하는데…"
최근 '주거침입죄'의 적용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공개변론을 진행한 대법원 재판부는, 택배기사가 한 세대의 동의만 받고 아파트 공동현관으로 들어오는 경우와도 논리적 유사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동주택의 출입자 관리에서 주민들 간의 완벽한 의사 통일이 매번 가능한지 등을 묻기도 했습니다.
대법원은 오늘 공방을 바탕으로 40년간 유지된 기존 '주거침입죄' 판례를 새롭게 바꿀지 판단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곽동건입니다.
(영상취재: 현기택 / 영상편집: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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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곽동건
배우자 없는 사이 집에서 불륜 저질렀다면…주거침입?
배우자 없는 사이 집에서 불륜 저질렀다면…주거침입?
입력
2021-06-1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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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6-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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