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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주문해도 하루 지나 취소해도…요기요 "합의하세요"

새벽 5시 주문해도 하루 지나 취소해도…요기요 "합의하세요"
입력 2021-06-22 20:02 | 수정 2021-06-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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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명확한 환불 규정이나 피해 보상의 원칙이 없다 보니까 고객들의 무리한 요구에 시달리는 업주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 영업시간이 끝난 새벽에 환불 요청을 받기도 하고 음식이 잘못됐다면서, 보상금을 달라는 협박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제는 배달 앱 업체들이 갈등을 조율한다는 명분으로 업주들에게만 가혹하게 책임을 묻는다는 건데요.

    이어서 김세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6일, 강원도 원주의 한 분식집.

    주인 A 씨는, 새벽 5시쯤 난데없는 고객의 전화에 잠에서 깼습니다.

    [음식점 고객 - 음식점 사장]
    <지금 영업시간 아니고 새벽 5시예요. 왜 이러세요. 지금 새벽 1시까지 장사한 사람한테…>
    "새벽 5시고 뭐고 간에 일단 제 얘기 먼저 들으셔야죠."

    전날 저녁 주문한 햄버거가 안 왔다며 그 시각에 내놓으라는 겁니다.

    제시간에 배달했을 때 고객이 연락을 받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되돌아왔는데, 그걸 문제 삼았습니다.

    실랑이 끝에 환불을 요구합니다.

    [음식점 고객 - 음식점 사장]
    "그냥 주문 취소해주세요."
    <하루 지나가지고 취소해서 이런 게 되는 게 아니에요. 왜 이러세요?>
    "아휴, 진짜 어이가 없네, 이거?"

    고객은 심지어 코로나까지 들먹이며 협박했습니다.

    [음식점 고객]
    "저 코로나인데 그 집을 한번 가 갖고 제가 마스크 벗고 한번 기침 좀 할까요? 침을 막 뱉고 올 테니까요. 기다리고 계세요."

    업주는 억울하다고 느꼈습니다.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서 햄버거를 그냥 두고 올까 생각했지만, 배달 업체에선 다시 회수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시했기 때문입니다.

    [A 씨/음식점주]
    "(요기요에서 놔두고 오면) 안 된대요. 그러면은 그 뒷일은 자기네가 책임을 못 진다, 가게에 갖고 가서 세 시간 동안 보관을 하다가…"

    결국 배달업체인 '요기요'에서 햄버거 값을 환불해줬습니다.

    그런데, 배송비 4천원은 끝내 업주에게 떠넘겼습니다.

    [A 씨/음식점주]
    "배송비는 못해주겠다. <이유가 있었나요?> 자기네 방침상 그렇대요. 방침상 배송료는 안 해준대요."

    수원의 또 다른 배달음식점,

    지난 달 15일, 업주 B 씨는 한 고객의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났다며 180만원을 보상하라는 겁니다.

    [음식점 고객]
    "구토 증상이나 발열이 나게 되면은 제가 응급실을 갔겠죠. 근데 경미한 증상인데 너무 불편하니까. 저는 180만 원이면은 이거에 대해서 수용이 안 되시면…"

    병원 진단서를 보내달라고 했더니, 그때부터 본격적인 협박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음식점 고객]
    "아이 XX 너 안되겠다." "싸가지 없는 행동들을 개선 좀 하고 싶은데"

    급기야 가게까지 직접 찾아와 위협했습니다.

    "안경 벗어봐 나 손님이야 **아. (그만하고 나가주세요) MSG를 얼마나 쳐댔으면 ** 배가 아프까. (MSG랑 복통이 관련 있다고요?)"

    충격을 받은 B 씨는 정신과 상담을 받을 지경이 됐습니다.

    [B 씨/음식점주]
    "혹시나 우리 가족들한테도 해를 끼치면…정신과 치료받고 약 먹고 상담하면서 계속 울었던 거 같아요."

    문제의 고객을 경찰에 고소한 뒤, B 씨는 엉뚱하게 배달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요기요' 측에선 대뜸 고객에게 줄 보상금 얘기를 꺼냈습니다.

    [요기요 콜센터]
    "(고객님이) 위로금 포함 보험 접수 없이 50만 원에 마무리를 짓고 싶다고 하셔서 그 내용을 전달해달라고 하십니다."

    B 씨는, 배달 업체가 부당한 보상금 흥정까지 하고 있다며 분개했습니다.

    [B씨/음식점주]
    "수수료나 이런 것들은 우리한테 다 받아 가면서 이게 정상적인 거냐? 정상적이지 않는 거라고 생각이 들면 내부 규정을 만들든지…"

    '고객 만족'을 이유로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신경안정제까지 먹어야 하는 배달 음식의 전성시대.

    커져버린 배달 앱이 자영업자들의 또 다른 '갑'으로 군림하는 걸 방치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세진입니다.

    (영상취재 : 최재훈/편집 :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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