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2년 전,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에서 집단적인 아동 학대가 발생했는데 경찰 수사가 부실 하다면서 부모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MBC의 단독 보도 이후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원장과 교사 등 열 명이 무려, 천 백 번 넘게 학대한 혐의가 확인됐습니다.
손은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북 구미시 옥계동의 한 어린이집.
14개월 된 어린아이가 겁에 질린 듯 서 있습니다.
보육교사가 이 아이의 얼굴을 세게 밀치자 아이는 놀란 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쌉니다.
잠시 뒤 교사는 장난감으로 아이의 배를 쿡쿡 찌르기도 합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아동학대 정황인데, 경찰은 2년 전, 4개월 동안 수사를 하고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피해 아동 부모/2019년 3월 19일]
"이것도 학대 아니냐, 이건 왜 추가돼 있지 않냐 하니까, (담당 경찰이) 얼버무리더라고요."
경찰 수사가 끝난 뒤 피해 부모들은 직접 증거를 찾아 나섰습니다.
어린이집 CCTV 영상 한 장면, 한 장면을 확인해 학대 정황을 추가로 찾아냈고 MBC에 제보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부실수사에 대한 비판이 일자 경찰이 결국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피해 부모연대 기자회견/지난 2019년 3월 27일, 구미시청]
"부실 수사 경찰, 축소·은폐 검사 문책하고, 징계하라! 징계하라! 징계하라!"
이후 2년 5개월이 흘렀습니다.
당초 교사 1명과 원장이 40여 건의 학대를 저질렀다던 경찰 수사결과는 확 바뀌었습니다.
재수사 결과 학대에 가담한 건 보육교사 9명과 원장까지 모두 10명.
이들이 1년에 걸쳐 무려 1천 1백여 건의 학대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루 평균 3건의 아동학대가 있었다는 말입니다.
[피해 아동 보호자]
"거꾸로 들어서 선반 쪽으로 머리를 부딪치게 아이를 던지는 행위, 숟가락으로 아이 머리를 때린다든지, 대부분 진짜 거의 폭행 수준이었어요. 막 주먹으로 뺨 때리고…"
피해 아동도 당초 4명에서 7명으로 늘었습니다.
2년이 훌쩍 지났지만 학대를 당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여전히 아픔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피해 아동 보호자]
"아기(는) 발달센터 치료도 계속 다녀야 될 것 같고… 저랑 아기 아빠도 (아직) 되게 힘들거든요. 잠도 못 자고… 전처럼은 못 살 것 같은…"
경찰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함께 많은 분량의 영상을 검증하고 전문가 의견을 듣느라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면서 원장과 교사 9명을 아동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손은민입니다.
(영상취재:마승락/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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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손은민
부모들이 하나하나 증명한 학대…재수사했더니 '1,100건'
부모들이 하나하나 증명한 학대…재수사했더니 '1,100건'
입력
2021-06-22 20:14
|
수정 2021-06-2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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