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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빨치산이, 낮에는 국군이…총구 겨누고 "어느 편?"

밤에는 빨치산이, 낮에는 국군이…총구 겨누고 "어느 편?"
입력 2021-06-25 20:33 | 수정 2021-06-2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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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71년 전 한국 전쟁 당시 무고하게 학살된 민간인 희생자가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남과 북이 번갈아 총을 겨눴던 전라남도 화순의 한 시골 마을에는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전쟁의 흉터가 여전한데요.

    주민들은 가슴에 묻어둔 한을 풀어 달라면서, 진실을 밝혀줄 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홍의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전남 화순의 산골짜기 마을까지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온 북한 인민군.

    "'반동'으로 몰리면 죽는다"…

    우익 활동을 도왔던 치안대장 아버지는 마을 밖으로 도망쳤고, "자수하면 살려준다", 이 말만 철썩같이 믿었던 어머니는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종호(82세)/민간인 희생자 유족]
    "(어머니는) 자수하러 간다고 가서 그 길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고아가 돼가지고요. 산천에 어디 바람 막을만큼도…"

    10월 4일, 화순은 수복됐습니다.

    이번엔 인민군 대신 국군과 경찰이 주민들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빨치산에게 기습을 당한 경찰이, 주민들이 빨치산을 도왔다며 분풀이로 10여 명을 학살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류영달(74세)/민간인 희생자 유족]
    "우리 아버지는 좌익을 한 적이 없고 좌익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살아왔는데, 거의 다 그런 사람들이야. 무조건 나오라고 해서 쏴 죽여버린 거야."

    지리산 길목인 전남 화순 백아산 일대.

    퇴각 못한 인민군들은 이곳에 빨치산 전남사령부를 세웠고, 국군 11사단이 토벌 작전에 나서면서 남도의 산골짜기에서도 전쟁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효숙(82세)/민간인 희생자 유족]
    "그때 세상은 인민군이고 국방군이고 다 무서워서. 어머니, 우리 언니, 우리 올케, 조카들 둘. 그렇게 다섯 명이 죽었어. (조카는) 세 살, 두 살."

    화순 지역 민간인 학살 피해자는 3천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주민들은 70년 넘게 가족과 친지를 잃었다고 하소연도 못했습니다.

    [이영복(94세)/민간인 희생자 유족]
    "'그 사람이 빨갱이다, 좌익이다'… 후환이 무섭고 또 무슨 일이 나면 우리까지 죽는다고 그래서 (얘기를) 안 해버려요."

    화순 주민 69명이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김애자/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
    "70여 년 넘게 한을 품고 살아오신 유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도록…"

    앞으로 3년 간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인 2기 진실화해위는 최근 신청인 30여 명을 면담하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전효숙(82세)/민간인 희생자 유족]
    "우리가 지금 이 나이 먹고 큰 보상을 바라겠소. 진실이나, 죄 없는 사람들 죽여버린 진실이나 밝혀주면 그걸로 감사하게 생각해서…"

    MBC뉴스 홍의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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