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전북 전주에서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상수도 배관 공사를 하던 노동자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숨졌습니다.
폭이 50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배관 속에서 진행된 위험한 작업 이었는데, 비가 내릴 거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 했습니다.
허현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제 오후 전북 전주에는 시간당 40mm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강한 빗속에서 53살 김 모 씨는 상수도 공사를 하기 위해 지하 배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물이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
"(어제) 14시에 호우주의보가 발효됐고요. 시간당 42.8mm까지 강하게 왔습니다."
배관 30미터 안쪽으로 들어가 용접작업을 하던 김 씨는 지름이 50cm에 불과한 배관에 갑자기 빗물이 들이치자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사고 현장입니다.
성인 남성이 어깨를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관로 안에서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보통 성인 남자가 어깨를 좁히면 40cm 나온다고 하거든요. 좁은 공간이어서 탈출하기 힘들지 않았나…"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노동자가 빨리 대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때문에 현장 안전 책임자는 기상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했고 노동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다면 작업을 즉각 중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공사를 발주했던 전주시는 사고 책임을 기상청에 돌렸습니다.
[전주시 관계자]
"예보 자체가 미흡했다고… 시간당 1mm에서 3mm 정도로 나오는 걸로 돼 있어요. 그리고 비가 안 왔기 때문에…"
하지만 전주시의 해명과는 달리, 기상청은 이미 낮부터 최대 60밀리미터까지 소나기가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습니다.
특히 전기 용접 작업은 감전 위험이 큰 만큼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공사를 즉시 멈춰야 했지만, 이런 조치는 없었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어요. (안전조치가) 좀 미흡했던 거죠.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공사 기간이 충분히 남아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전주시.
어찌 된 일인지 공사는 강행됐고,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또 한 명의 노동자가 희생됐습니다.
MBC뉴스 허현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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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서정희 (전주))
뉴스데스크
허현호
'폭 50cm' 상수도관에서 용접하다…폭우에 물 들어차 참변
'폭 50cm' 상수도관에서 용접하다…폭우에 물 들어차 참변
입력
2021-06-29 20:30
|
수정 2021-06-2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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