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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MBC] 청소해 모은 돈 은행에 맡겼더니…"고위험 투자자"된 할머니

[제보는 MBC] 청소해 모은 돈 은행에 맡겼더니…"고위험 투자자"된 할머니
입력 2021-07-01 20:32 | 수정 2021-07-0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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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제보는 엠비씨입니다.

    지금부터 국민 은행의 한 지점이 70대 할머니를 고 위험 상품, 수십 개에 어떻게 가입 시켰는 지 보여 드립니다.

    그저 도를 넘은 영업 활동 정도로 볼 수 있는 건지, 은행 한테는 할머니의 잔고가 실적의 목표물 이었을지 몰라도 할머니 한테는 이 은행 건물을 10년 동안 새벽 청소하면서 한푼 두푼 모은 땀의 결실 이었습니다.

    구민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3년 전 74살 김모 할머니가 KB국민은행에서 계약한 금융상품 '코스닥150선물레버리지'

    150개 중대형 벤처기업의 주가를 예측해 투자하는 고위험 상품입니다.

    [김 씨]
    "(처음에는) 그렇게 손해 본다는 것도 없고 무조건 그 (은행) 팀장만 믿고, 자기가 알아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내가 이해를 못 해."

    손실이 나면 원금이 날아갈 수도 있는데, 내용을 잘 모릅니다.

    [김 씨]
    (1억 7천만원 그건 어떤 상품이에요?)
    "그것도 무슨 종목인지 나는 모르지."

    결국 2년 만에 수백만 원의 원금 손실이 났고, 이를 알게 된 아들이 최근 중도해지를 하면서 해약금이 더해져 7천만 원을 손해봤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14년 간, 김 할머니는 증권투자신탁 37개, 상장지수펀드 혹은 증권 43개 등 무려 80건의 투자상품에 가입했습니다.

    4일 만에 6개 상품에 6천 2백만원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은행 직원은 안전한 상품에 가입시켜 달라는 할머니 아들의 부탁을 직접 받고도 고위험 상품을 계약하게 했습니다.

    [아들 (은행 직원과의 통화/ 2021년 6월 22일)]
    (어머니: 잠깐 바꿔드릴게.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투자같은 거 안 하신대요. 그러니까 손실 없는 걸로 적금이나 그런 걸로 알아서 챙겨주세요."

    할머니는 수시로 해지와 가입을 반복했는데, 수익을 낸 것도 있지만, 어떤 상품은 20% 넘게 손실을 보기도 했습니다.

    [아들]
    "아, 진짜 황당하죠. 이것만 보면 어머니 진짜 전문 투자자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최근 해지한 한 계약서에는 70대 할머니인 김씨가 "투자상품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가졌고,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 씨]
    "내가 "이게 뭐냐"고 그랬더니 이건 3.5% (수익)이라고 그러니까 나는 손해 없이 나오는 줄 알고…"

    김 할머니가 직접 써야 하는 부분은 비어있고,은행은 대신 녹취를 해놨는데, 이게 그 내용입니다.

    [은행 직원]
    "상품의 위험등급은 1등급의 매우 높은 위험이고 최대 손실 가능 금액은 신탁 원금의 100%이며 예금자 보호 비대상 상품입니다. 지금까지 *** 원금비보장형에 대한 상품 설명을 모두 마쳤습니다."

    [김 씨 (상품 가입 당시 녹취)]
    (직원: (서류에 적힌 상품명) 읽어주시면 돼요.)
    "어?"
    (네.)
    "응."
    (네.)
    "응. 이게 뭐라고?"
    (응 읽어주세요. 읽으셔야 돼.)
    "지금 읽어? 소리도 안나오는데?"
    (네.)
    "els 21. 75, 75 아 *** 원금비보장형."
    (네~)

    김 할머니는 이 국민은행 지점이 입주한 건물에서 10년째 청소일을 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국민은행측은 수익을 내주려는 좋은 의도로 권한 상품들로, 가입 절차는 합법적이며, 일부 상품은 실제로 이익을 보기도 했다고 해명헀습니다.

    하지만 김 할머니측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게 아니었다며 해당 지점을 불완전 판매로 금융감독원에 신고했습니다.

    MBC뉴스 구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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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김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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