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사를 멈추고 문을 닫는 공사 현장들이 속속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공사를 하고 싶어도, 자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데요.
이렇게 공사 현장이 어려움을 겪으면 관련 산업뿐 아니라, 우리들의 살림살이도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왜 그런 건지 현장으로 한 번 가보겠습니다.
[현장1] "자재 구하기 '발 동동' 너무 비싸요"
1. [대구] 공사 멈춘 지하철 공사 현장
저는 지금 대구 시내에 한 지하철역 공사 현장에 나와 있는데요.
(4년째 끝나지 않는 지하철 출입구 건설공사)
(늘어난 공사 기간에 민원도 속출 )
[이홍규 / 시민]
불편하죠. 샛길같이 작게 해놔서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하니. 어떨 때는 공사한다고 막아버리고.
(Q. 공사가 늦어지는 이유는? )
[하호창 / 공사현장 팀장]
일주일 안에 다 쳐야 되는데 레미콘이 안 되니까 자꾸 미뤄지는 거예요. 작업이 지역민들은 빨리 안 한다고 뭐라 하시겠지만 (철근은) 돈을 들고 가도 못 구해요. 배로 올랐거든요.
2. [영월] 시멘트는 할당제로 판매
(줄 서 있는 레미콘들, 시멘트 부족에 할당 판매 중 )
[손용학 / 레미콘 기사 ]
그 전 같은 경우에는 아무 때나 와서 실었거든요. 지금은 그게 그렇게 안 돼요. 3분의 1은 줄었다고 봐야죠.
(조금씩 나눠서 팔 수밖에 없는 이유는? )
[ 이원직 / 쌍용시멘트 운영실장 ]
재고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통상 재고가 4만에서 5만 톤 정도 필요한데 지금은 만 톤 정도…가격의 문제죠
[전량 수입 의존하는 유연탄 가격 2배 상승]
(이렇게 할당해서 판 경우가 있었습니까? 어떻습니까?) 80년대 시멘트 파동 날 때 이후에는 없었습니다.
[시멘트 가격 7월부터 5.1% 인상 / 철근 가격 (3월 초 톤당 77만 원 → 6월 136만 원)]
이렇게 수요는 있는데, 원자재 등 물건 공급이 달려 생산이 늘지 못하는 현상을 '부정적 공급 충격(negative Supply Shock)' 이라고 합니다.
이런 공급 충격이 장기화 되면 관련 업종 뿐 아니라 경제와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는 몇 십년 전에 이미 이런 경험을 했었습니다.
[아카이브] 오일쇼크 막전 막후
1970년대 후반 모습입니다. 잇따른 중동 전쟁으로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을 줄이면서 비상사태가 시작됐습니다. 석유파동 이른바 ‘오일 쇼크’였습니다.
[ 1차 파동에 이어, 2차 파동에 전 세계 경제가 휘청 ]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역마차 등장
에너지 단속까지
[ 1979년 5월 11일 / MBC 절약현장 ]
회사 근처에서 점심을 먹으면은 위신에 뭐 큰 흠이라도 가는지, 갈비 한 대 두 대를 먹기 위해서 기름을 천 원어치씩이나 쓰고. 어디까지나 자칭 고급 입이라 하겠습니다.
석유 부족은 당장 공장 가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가뜩이나 소득은 줄고 있는데, 물가는 폭등했습니다. 하루 하루 힘들게 사는 서민들에겐 직격탄이었습니다.
[ 1981년 6월 2일 뉴스데스크 ]
"월급은 작년에 비해서 오른 것도 아니고요. 물가는 작년에 비해서 엄청나게 오르고…"
"결혼 두 달 됐는데 노력을 해본 결과 저축이 2만 원 됐어요. 참 어려워요."
결국 오일쇼크는 기름 아껴쓰기로 시작 돼, 중산층 몰락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공급 충격은 처음에는 관련 산업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나중에는 산업 전반의 소득을 줄이고 물가마저 끌어올리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현장2 - 주유소 ]
이곳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인데요. 휘발유 값 한번 살펴볼까요.
자 이렇게 물건값이 오르면. 물건을 더 적게 사겠죠? 따라서 수요는 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반대로 기업 입장에서는 물건값 오르면 더 많이 팔기 위해서 더 많이 생산하겠죠. 따라서 공급은 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점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이 두 직선을 합쳐보면 가운데 만나는 지점이 보이시나요. 한 나라의 물가와 소득은 이렇게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결정됩니다.
그렇다면 수요가 늘고 경기가 좋아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CG④ In) 수요가 느니까 수요 곡선을 한 번 이동해볼까요. 수요 곡선이 이동하면 소득도 늘고, 물가도 따라서 올라가게 됩니다.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게 바로 이 때문인데요.
각국 정부가 재난 지원금 등을 풀어서 정부 재정을 풀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살펴본 공급 충격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공급 충격으로 공급 곡선이 밀리면 소득은 주는데 물가도 오르게 됩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 이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 침체에 빠지는 경우,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과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을 합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라고 하는데요.
나쁜 공급 충격이 일어날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6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 2.4% 올라…9년여만에 최고 (통계청)]
물론, 당장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백신 보급이 늘면서 수요도 회복 되고 있고, 기업이 경영을 잘해 이익을 계속 내면, 충격에 버틸 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공급 충격은 그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철강과 시멘트뿐 아니라 목재와 석유 구리까지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죠.
미중간 무역 전쟁으로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 품귀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죠. 이 때문에 자동차 생산도 어렵습니다.
[2021년 6월14일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반도체 부족으로 이번주 가동 중단”]
이 때문에 이 차 같은 경우에는 지금 주문을 해도 길게는 6개월 뒤에나 받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급은 막혔는데,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늘지 않다 보니,
주요 경제학자들과 투자은행에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BNP Paribas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 ( 2021년 6월 10일 )]
[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 조사 “응답자 87% ‘스태그플레이션이 경제 가장 큰 위험’” ( 2021년 6월 ) ]
[ 성태윤 /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에 대규모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물가상승을 가속화 시켜서 오히려 국민들의 체감 생활고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몇 달 뒤에나 받고 공사장은 멈춰버린 상황. 당장 차 살 일 없고 집 살 일 없으니, 내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 계실 텐데요.
하지만 이런 공급 충격이 길어지면 우리 전체 소득과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 이 말의 단서를 멈춰버린 공사장에서 찾을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이미 한 번 겪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서늘한 전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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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양효걸
[거리의 경제] 7편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이유 / '스태그플레이션' 완벽정리
[거리의 경제] 7편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이유 / '스태그플레이션' 완벽정리
입력
2021-07-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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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1-07-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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