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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승객 도운 미담은 어디가고…'지하철 핫팬츠녀'?

[알고보니] 승객 도운 미담은 어디가고…'지하철 핫팬츠녀'?
입력 2021-07-07 20:34 | 수정 2021-07-2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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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알고보니 시작합니다.

    국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일요일 올라온 글입니다.

    지난 3일, 지하철에서 '짧은 반바지' 차림의 여성이 갑자기 쓰러졌는데 남성들은 아무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성추행범으로 몰릴까봐 그런 것 같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사연은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여성 돕다가 성추행범 된다는 '여성 혐오 논란'으로 일파만파 번졌습니다.

    이 보도들, 과연 정확했던 걸까요?

    사건이 일어난 지하철 역에 직접 가봤습니다.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역무원, 쓰러진 여성을 돕기 위해 '여러 명의 남녀'가 함께 손을 보탰다고 말합니다.

    [현장 출동 역무원]
    "(같이 있던) 남성분이 의사라고 하셨는데, 제일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계셨고, 옆에 여성분들도 굉장히 많이 도와주셨어요."

    역시 남성인 이 역무원도 구조대가 올 때까지 여성의 팔목을 주무르며 응급 처치를 했습니다.

    현장에서 119에 신고했던 또 다른 여성 또한 남녀를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고 생생히 기억합니다.

    [최초 신고자]
    "'목 좀 받쳐 주세요' 하니까 앞에 남자분이 목을 받쳐주시고, 앞에 남자 두 분이랑 여자 한 분이 끌고 옮기고 있었고…"

    그러면, 대부분의 기사에서 언급된 이른바 '핫팬츠녀'라는 자극적인 표현.

    사실 첫 게시글에서도 '핫팬츠'라는 말은 아예 없었는데, 언론사들이 멋대로 갖다 붙인 겁니다.

    [최초 신고자]
    "무릎까지 올라오는 기장이었고, 장화가 엄청 길어서 성추행으로 의심받을 복장은 전혀 아니었어요."

    "시민들이 힘을 모아 위급한 여성을 구했다"는 훈훈한 소식인데,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없이 선정적인 용어와 이미지가 난무했습니다.

    기사 제목은 더했습니다.

    '쓰러진 여성, 꼭 남자가 도와줘야 하나…'

    '쓰러진 여성 도우면 성추행범 된다…'

    언론이 오히려 '젠더 갈등'을 부추긴 셈입니다.

    특히 위험한 건, "위급한 여성을 돕는 게 당연하지 않다"는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채우리/변호사]
    "(지하철은) 목격자나 CCTV를 통해 객관적인 증거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거든요. 불가피한 신체접촉을 했다고 해서 바로 형법상의 강제 추행죄가 성립하기는 어렵다고 보입니다."

    최초의 119 신고자는 해당 기사를 쏟아낸 언론사들에게 정정을 요청했지만 바로잡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합니다.

    또, 저희가 만난 역무원들은 "앞으로 위급 상황에서 시민들이 나서는 걸 주저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알고보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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