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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염규현,양효걸

[로드맨] "이제 진료 안합니다"

[로드맨] "이제 진료 안합니다"
입력 2021-07-10 20:25 | 수정 2021-07-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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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끝날 듯 했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요.

    최근 확진자까지 급증하면서 처음으로 4단계까지 진입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코로나 위기 극복에만 집중하는 사이, 다른 한 편에서는 우리 의료시스템의 기초가 흔들리고 있다는데요.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로드맨]
    "지금 병원 간판이 하나 보이거든요.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1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동네 병원… 그런데)

    지금 저희가 소아과 간판을 찾아 올라왔는데요. 지금.. 이렇게 텅 비어있습니다.

    [박진아/주민]
    "갑자기 없어지니까 저희는 너무 아쉽죠. 예약하는 것도 힘들고."

    [설영훈/아이]
    "아플 때는. 멀리 있는 소아과를 가야 돼요."
    (멀리 있는 데를 갔었어요 그래서?)
    "네."

    [박진아/주민]
    "저기 밑에 소아과 큰 소아과 있었는데 거기도 지금 없어졌거든요."
    (없어진 데가 또 있어요?)
    "여기까지 세 군데였죠. 저기 밑에. 그런데 지금 두 군데 문 닫고… 여기 근방에서는 애가 아프면 입원할 수 있는 곳이 지금 없어요."

    [로드맨]
    "입원 시설까지 갖춘 대형 아동병원도 코로나 충격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인근 상인]
    "대기표 받아서 기다리고. 그랬는데 갑자기."
    (코로나 이후에는 확실히 환자가 줄었습니까.)
    "네 그렇죠. 애기들이 이제 엄마들이 안 나오니까."

    (의사에게 직접 폐원 이유를 물어보니…)

    [서유경/소아과 원장님]
    "코로나 첫해는 (매출이)70% 정도 줄었다고 봐야 돼요. (개원한지)10년 조금 넘었죠. 여기 놀이터가 있어요. 그럼 혼자도 올라와서 올라와가지고 치료를 받고 그리고 또 아는 환자들이니까 계산은 나중에 이런 식으로."
    (약간 동네 주치의 선생님이었네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서유경/소아과 원장님]
    "폐업을 붙이고 나서 거의 매일 울었던 것 같아요. 엄마들도 많이 섭섭해하시고… 어떤 애는 와서 막 품에 안겨 가지고 막 우는 애도 있었고. 소아과 선생님들 모여서 얘기를 해보면 그냥 버티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고."

    [로드맨]
    "지금 소아과가 100개 있다고 쳤을 때 이대로 몇 년 더 지나면 몇 프로 남을까요?"

    [서유경/소아과 원장님]
    "그러면 한 50% 정도까진 떨어지진 않을까."

    [팩트맨]
    코로나 위기가 길어지면서, 동네 병·의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습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가 심각한데요.

    어린이 독감 환자가 줄어든데다, 아예 병원에 가길 꺼리면서, 진료비가 40%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지난해만 150여 곳 넘게 문을 닫았고, 폐업률이 50% 이상 급증했습니다.

    아예 군 지역에 소아과 의사가 한 명도 없는 ‘무의촌’ 지역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미래도 어둡습니다.

    소아과 수련 대학·종합병원 49곳 중 절반 이상이 소아과 지원 의사가 ‘제로’ 였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한복판에서의 의료 붕괴, 비단 동네 병·의원과 소아과만의 문제일까요?

    [로드맨] '구멍 뚫린' 공공 의료

    (경기도의 한 공공병원 / 여긴 어떤 문제가?)

    [임보연/환자 보호자]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진료를 안 하신대요 (!!!) 아기가 귀를 축구공에 맞았는데 귀가 먹먹하다고. 집이 철원인데. 철원에서 이비인후과 진료 보는 데가 없거든요."
    (얼마나 오신 거예요 차로?)
    "지금 나오는 데 30분 이상 걸리죠."

    [로드맨]
    "철원에서 응급상황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임보연/환자 보호자]
    "거의 (철원 밖으로) 나가는 거죠."

    (가장 가까운 다른 곳을 검색해 보지만…)

    [로드맨]
    "32KM, 42KM, 33KM."

    (결국 다른 병원으로…)

    [로드맨]
    "왜 진료가 안되는 건지, 또 다른 공공병원을 찾아가 봤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 다른 의료기능 '마비')

    [신귀영/보건의료노조 부지부장]
    (지금 보니까 이쪽은 중환자실이라고 적혀있거든요.)
    "지금 저희가 감염병전담병원으로 운영되면서 중환자실은 현재 폐쇄된 상태고."
    (여기에 중환자가 생기면 어떻게 합니까?)
    "다른 지역으로 가야 돼요."

    (창고로 변한 중환자실을 지키는 간호사)

    [박근남/수간호사]
    (간호사실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계셔 가지고.)
    "확진자도 계속 늘어나고 하니까 물건을 둘 데가 없어서. 작년 12월에 코로나 전담 병동 운영 시작했거든요. 시설적인 부분이 좀 일반, 대학병원 정도의 수준을 유지한다면 이런 펜데믹 상황에서도 좀 대응하기 수월하지 않을까. 지금 저희도 이를 악물고 계속 버티고 있는데…"

    (제일 걱정은…아파도 갈 곳 없는 취약 계층)

    [박근남/수간호사]
    "공공병원이다 보니까, 소외계층이나 이런 계층이 많이 이용하고 있는데 응급실도 안 되고 중환자실도 입원이 안 되고 일반 입원도 안 되고 하니까…"

    (병원 주사실…정작 택배만 쌓여 있다?)

    [신영옥/물리치료사]
    "저는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물리치료실에서 근무하는 신영옥인데요. 지금은 환자 택배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인 맞으시죠?)
    "네. 저 물리치료사예요."

    [로드맨]
    "여기로 가시면 의료인이고 여기로 온이면 택배인이네 참 그렇군요."

    (넘쳐나는 환자에 달리는 일손…의료진이 택배 업무까지)

    [신영옥/물리치료사]
    "물리치료실은 지금 창고로 쓰고 있어요. 정말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언제까지 이걸 계속 할까."

    [유호연/감염관리팀장]
    "감염관리실은 작년 설날 이후로. 쉬어본 적이 없어요. 오늘도 보면 확진환자가 많이 나오는데 병실이 없거든요. 나라의 상황이 어찌어찌 이러하니까 할 수 없는 일이죠. 서로가 모른 척 하는 거예요 그냥."

    (열악한 시설, 지쳐가는 의료진… / 의료진 56명에 화장실은 두 칸)

    [강수민/간호조무사]
    (얼마나 걸리셨어요. 준비하시는 데?)
    "한 이제 10분?"
    (눈빛은 퇴근 해야할 눈빛인데…)
    "네. 이미 아침에 하고 올라갔다 와가지고. 조금 피곤해요."

    [로드맨]
    "방호복 한 시간은?"

    [강수민/간호조무사]
    "헬스장에서 두시간 운동한 정도. 숨이 제대로 안 쉬어지니까."

    [박수용/수간호사]
    "얼마 전에 보도에서도 코로나 19가 아니라 코로나25, 28도 올 수 있다."
    (그렇죠.)
    "그 다음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도 우리가 준비를 해야 되지 않을까요."
    (어쨌든 확실한 건. 이대로 안 된다는 거. 그렇죠?)
    "이대로는 많이 힘들죠."

    코로나 위기에 맞서 긴 시간 잘 싸울 수 있었던 것은, 탄탄한 의료 시스템과 의료진들의 헌신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곧 끝나겠지, 하며 당장의 위기 극복에만 몰두하는 사이, 우리의 의료 기반은 점점 더 취약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때 소모만 하고 채워 넣는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우리의 의료 시스템도, 어느 순간 무너질지 모릅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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