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장애인 보호 작업장'은 직업 훈련을 통해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장애인들이 스스로 자립 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울산의 한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청각장애인에게 모든 직원들 앞에서 국어사전을 큰 소리로 읽게 했습니다.
인권유린에 폭행까지 당해야 했습니다.
피해장애인들은 일 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김문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울산 남구의 한 장애인 보호 작업장.
관공서나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각종 홍보물품과 현수막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홍보물 디자인 업무를 맡아 온 청각 장애 2급 A씨는 넉 달 만에 일을 그만뒀습니다.
장애인을 무시하는 직원들의 행동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청각 장애인 A씨 (음성:수어통역)]
"부를 때 의자를 흔든다거나 아니면 이렇게 (몸을) 팡팡팡 친다거나 아니면 책상을 팡팡 쳐서 많이 놀라고…"
폭행도 있었습니다.
마치 과거 군대처럼 정강이를 발로 차기도 하고 살이 쪘다며 배를 잡고 흔드는 등 학대도 일상이었습니다.
청각 장애인 A씨 (지난 달, 음성:수어통역)
주눅이 들어서 겁이 나서… 맞을 것 같아요. 무섭대요."
이런 일은 2년 전, 새 원장이 취임한 뒤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원장은 듣기 위해서는 말하는 연습부터 해야 한다며 국어 사전 읽기를 강요하기도 했습니다.
[청각 장애인 B씨 (음성:수어통역)]
"'책이랑 사전을 펼쳐놓고 모든 사무실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끔 큰 소리로, 정확한 발음으로 읽어라'(고 대표가 말했어요.)"
모멸감이 밀려왔지만 항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수어 통역사가 시설 관계자를 통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수어 통역사(지난 달)]
"'농인의 청력은 연습한다고 발전되는 게 아니고 개선이 되는 게 아니다.' 그거를 (원장에게) 꼭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원장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설치지 말라'는 것.
더욱이 장애인의 소통을 위해 제도적으로 보장된 수어통역 마저 업무 방해라며 차단하려 했습니다.
[수어 통역사]
"'농아인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거 설명하는 게 당신 지금 우리 회사 업무 방해하는 겁니다. 외부인이 들어와서 왜 이렇게 설치냐'라고 원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원장은 취재진을 만나, 폭행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수어 통역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장애인 보호 작업장 원장]
"입모양을 보고 본인이 하고 필담을 해서 몇 년 동안 그렇게 근무를 했었고, 안 되는 게 아니고."
이 원장이 임명된 2019년 이후 퇴사자가 그 전에 비해 3배까지 늘었습니다.
관할 지자체에서 장애인보호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인권 실태 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적발된 건은 없었습니다.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한 장애인은 4명, 모두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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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촬영: 우영호 (울산)/영상편집: 천난영 (울산))
뉴스데스크
김문희
자립 돕는다더니…청각장애인에 "국어사전 읽어라"
자립 돕는다더니…청각장애인에 "국어사전 읽어라"
입력
2021-07-10 20:28
|
수정 2021-07-1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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