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 30대 남성이 또래의 부부에게 무려 7년 동안이나 감금과 협박, 폭행을 당했다고 제보를 해왔습니다.
성범죄자로 만들어버리고 가족을 해치겠다.
이런식으로 협박을 해서 아무 저항도 할 수 없게 만든 이른바 '가스 라이팅' 범죄가 의심이 되는데요, 끔찍한 피해를 당했다는 호소에도 불구하고 사법 처리가 가능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제보는 MBC 김수근 기자가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빼곡하게 글씨가 가득 찬 종이들.
청소기 돌리기, 빨래와 신발장 정리.
30대 남성 박 모씨가, 자신을 감금한 여성 정 모씨의 지시로, 해야 할 집안일 목록을 적은 겁니다.
박 씨는 지난 2012년 친구였던 정 씨가 자신을 성추행한 뒤, 황당한 협박을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박 모씨]
"'널 성폭행범으로 신고를 하겠다, 그러면 경찰의 누구의 말을 들어줄까'‥어떻게 저항을 할 수가 없었어요."
이후 정 씨와 남편까지 세 사람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습니다.
정 씨는 박 씨를 수시로 때렸는데 코뼈가 부러지고 고환이 파열되는 등 수술을 받은 것만 4번이라고 합니다.
직장에선 사진을 찍어 위치를 보고하게 하고 트집을 잡아 소변까지 먹으라고 했습니다.
[박 모씨]
"그냥 하루 하루가 그냥 살기 싫고 지옥이었는데… 노예처럼 대하고 하인처럼 대하면서."
다용도실에 가두고 벌레를 먹였다고 합니다.
[박 모씨]
"쇠사슬 착용할 때는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 가고 다리도 계속 묶여 있으니까‥'네 엄마를 죽이겠다' 그런 식의 협박을 자주 했었어요."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정신이 이상하지 않은 사람을 길들이는 게 '가스라이팅'이잖아요. 가족의 생명의 위협을 당해선 안 되니까 요구하는 대로 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작년에야 겨우 탈출한 박 씨는, 이들이 신용카드로 8천만원 넘게 갈취도 했다면서 가족의 도움을 받아 고소했습니다.
[정 씨 남편]
"차 팔고 대출 받고 해서 네가 지금까지 고생한 거, 힘들었던 거 보상이라도 해 줄 수 있으니까"
보상해 준다던 정 씨측은 합의에 실패하자, 박 씨 스스로 집안일을 하고 생활비를 줬다고 태도를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모씨]
"저는 할 말 없고요. 저는 전화 받고 싶지가 않아요."
피해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거의 없고, 동거 초반의 범행은 공소시효도 지난 상황.
범죄 혐의가 입증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박 모씨]
"(제가 당한 일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면 너무…억울했었어요. 그냥 무조건 감옥에 가게 하고 싶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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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김수근
[제보는 MBC] 친구 부부 집에서 7년 동안 '노예 생활'…'가스라이팅'?
[제보는 MBC] 친구 부부 집에서 7년 동안 '노예 생활'…'가스라이팅'?
입력
2021-07-15 20:32
|
수정 2021-07-1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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