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홍신영

[제보는 MBC] 수감자 7달 동안 49번 부른 검찰…"경찰 비리 불어라"

[제보는 MBC] 수감자 7달 동안 49번 부른 검찰…"경찰 비리 불어라"
입력 2021-07-19 20:16 | 수정 2021-07-19 20:56
재생목록
    ◀ 앵커 ▶

    제보는 MBC입니다.

    옥살이를 하고 나온 한 술집 사장이 검사들을 고발하고 싶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구치소에 있는 동안 검사 세 명이 수십 번을 불러 내서 '경찰 비리를 있는 대로 털어 놓으라'고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겁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거짓 진술을 했고 심지어 생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그래도 끝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홍신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7년 술집 사장 차 모 씨는, 동업자가 손님을 때리자, 손님이 성추행을 저지른 것처럼 직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했습니다.

    무고 교사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구속수감된 차 씨.

    그런데 무고 교사 사건 조사가 사실상 끝난 3주 차부터, 서울북부지검 담당 검사가 아닌 다른 검사 2명이 차 씨를 불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차 모 씨]
    "느닷없이 (검사가) '경찰관 비리를 알고 있으면 불어라, 경찰 윗선을 2~3명 불든지 아니면 밑에 사람 10명 정도 얘기해주면 자기가 그걸(네 사건) 해결해 주겠다…'"

    이렇게 이어진 조사가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7달 동안 무례 49차례.

    한 번 검찰청에 갈 때마다 3명의 검사가 번갈아 조사했다는 게 차 씨의 주장입니다.

    [차 모 씨]
    "강아지같이 잠깐 풀어주면 또 묶인 상태로 또 710호로 가요. 또 반복해서 '자백해라…' 제가 공도 아니고… 이름을 하나씩 끄집어 내면서 '어디 경찰서, 어디 형사과 누구랑 술을 마시고 돈을 줬다고 해라…'"

    차 씨가 집중적인 조사 대상이 된 건 술집을 4곳이나 운영하며 수사기관 관계자들도 많이 알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결국 친분이 있던 일부 경찰의 비위를 지어내 허위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차 씨의 주장.

    [차 모 씨]
    "제가 거짓말로 누군가를 또 해코지를 해야지 이 상황이 끝나겠다…"

    차 씨가 술 접대를 했다고 지목한 경찰관, 검찰이 수차례 조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차 씨는 또 다른 경찰관에 대해 "성매매업소 수사를 조작한 것으로 안다"고 꾸며냈는데, 검찰은 이걸 빌미로 뇌물 혐의를 찾아내 구속했습니다.

    차 씨 지인인 경찰관도 검찰이 변호사법을 어긴 혐의를 찾아내 재판에 넘겼습니다.

    말 그대로 주변을 탈탈 털린 차 씨는, 구치소 안에서 자살까지 시도했는데, 이마저도 끝이 아니었습니다.

    [차 모 씨]
    "내가 죽어야지 끝나나 보다… 더 소름 끼쳤던 건 자살 시도를 하고 눈을 떴는데, (병원에서) 나온 날 아침에 (검찰에서) 또 부르는 거예요."

    49번의 출정 중 기록이 남은 건 불과 10건, 상당수는 조서 한 장 남지 않았습니다.

    [사건 당시 차 씨 변호사]
    "출정을 저렇게 많이 하는 것도 본 적이 없고, (상당수 출정을) 조서를 안 작성했잖아요. 그런 것도 본 적이 없고…"

    이렇게 무리한 수사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검사는 차 씨에게 직접 "검경 수사권 조정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차 모 씨]
    "(B 검사가 저에게) '대통령 공약 봤냐, 지금 수사권 조정이 이렇게 가면 어떻게 되겠어. 경찰관들이 장난치는 것을 사람들한테 알려줘야돼. 경찰관들 구속시켜야 돼.' 계속 맨날 똑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당시 구치소 관계자도 차 씨에 대한 수사가 극히 이례적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차 씨 수감 당시 구치소 관계자]
    "(검찰이 경찰들) 못 죽여서 안달이었지… 사업하다 보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으니까, (차 씨가) 타깃이 된 건 사실이죠."

    차 씨는 무고 교사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년8개월 복역하고 작년에 출소했습니다.

    차 씨는 법무부에 검사 세 명에 대한 감찰요구서를 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들을 고소할 계획입니다.

    [신장식/변호사]
    "검찰의 프레임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는 일반인들에 대해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3개 검사실에서 차 씨를 조사한 건 맞지만, 이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확대됐기 때문"이라며, "경찰 비리를 제공할 것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영상취재: 현기택, 이성재, 김 우람, 이주혁, 김백승 / 영상편집: 조기범)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