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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이 딱 여기"…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들

"불지옥이 딱 여기"…폭염에 쓰러지는 노동자들
입력 2021-07-22 19:57 | 수정 2021-07-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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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1년 중 가장 덥다는 절기 '대서' 답게, 전국적으로 찜통 더위가 이어졌습니다.

    이례적인 폭염에 온열 질환자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올해만 벌써 여섯명이 숨 졌습니다.

    가만히 서있기도 힘든 이런 날씨에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마스크까지 쓰고 온종일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수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그늘 한 점 없는 직사광선 아래 건설 노동자들이 철근과 콘크리트 사이를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공사장 한 가운데 있는 작은 그늘막.

    쉴 공간으로 만들어 놨지만 앉을 의자 하나가 없어 서서 더위를 피해야 합니다.

    [이영군/건설노동자]
    "지옥이 따로 없는 것 같습니다. 불지옥이 딱 여기인 것 같습니다."

    무더위 쉼터는 현장에서 멀리 떨러져 있습니다.

    [건설노조 관계자]
    "(그늘막까지) 한 10분 정도 걸리고요. 10명 정도가 그 안에서 쉴 수 있는데 인원은 100명이 넘기 때문에 전부 같이 쉴 수는 없어요."

    이마저도 쓰레기가 가득하고 정수기에는 물이 한 방울도 없습니다.

    폭염 특보가 발령되면 한 시간마다 10분~15분 씩 쉬라는 고용노동부의 일사병 예방 규정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제대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건설노동자]
    "잘 안 지켜지죠. 일하다 보면 제대로 되나. 잊어버리고 그러는데…"

    지로 용지를 들고 골목골목을 누벼야 하는 도시가스 검침 검침원들도 뙤약볕을 피하기 힘듭니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인데 지금 기온이 41도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저희가 검침원 분과 일정을 잠깐 동행했는데도,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매우 덥습니다.

    가방 안에 아이스팩을 넣어도 더위는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하루에 방문해야 하는 곳이 2~3백 곳이라 쉴틈도 없습니다.

    [도시가스 검침원]
    "중간에 너무 힘들 때는 쉬어야 되는데 쉴 곳이 계단, 그늘이에요. 그러니까 저희가 중간에 쉴 데가 없으니까 그게 제일 힘들고요."

    시민들이 외출을 꺼리다보니 주문이 폭주하면서, 배달노동자들은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헬멧을 벗은 얼굴과 머리가 땀으로 흠뻑 젖었습니다.

    수시로 확인하는 휴대전화는 고열로 인식이 안된다는 경고메시지까지 뜰 정도입니다.

    [장경수/배달노동자]
    "(배달할 때) 거기(비접촉 체온계)에 얼굴 인식하니까 42도가 찍히더라고요. 핼맷이 뜨거워서 그런지. 요즘 하루에 한두 번 씩은 겪어요."

    작년 이맘 때까지 온열 질환 사망자는 전혀 없었지만 올 해들어 사망자는 벌써 6명.

    온열 질환자는 작년 보다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MBC뉴스 김수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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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김경배 이성재 고헌주/영상편집: 조아라/영상제공: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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