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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산둥성 생수병·내몽고 우유팩…백령도에 쌓인 중국 쓰레기

[바로간다] 산둥성 생수병·내몽고 우유팩…백령도에 쌓인 중국 쓰레기
입력 2021-08-03 22:09 | 수정 2021-08-03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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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구민지 기자입니다.

    MBC 보도국에 접수된 제보 사진입니다.

    해변가 곳곳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중국어가 적혀있습니다.

    사진 속 장소는 바로 백령도.

    청정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백령도가 중국에서 밀려든 쓰레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섬 주민들이 보낸 겁니다.

    주민들이 힘을 모아 치워도 양이 어마어마하고, 섬이라 처치마저 곤란하다는데, 어떤 상황인지, 백령도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인천 서북쪽 191킬로미터, 우리나라 서해 최북단 바로 백령도입니다.

    항구에 내리니 벌써 스티로폼과 페트병이 둥둥 떠다닙니다.

    저는 지금 막 백령도에 도착했는데요, 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것들이 저 쓰레기들입니다.

    해안까지 밀려든 쓰레기들,
    그런데 페트병 상표에 중국어가 적혀있습니다.

    [임윤구/3등 항해사]
    "중국 어선들이 버리는 쓰레기들, 밧줄들 이런 것들이 배 추진기에 유입되면서 여객선에도 굉장히 타격을 많이 주고 있고요."

    중국과 더 가까운 서쪽 해안가로 가 봤습니다.

    녹슨 드럼통에 표백제통까지 널려 있습니다.

    중국 장쑤성 지역 유산균 음료, 내몽고에서 생산된 우유팩, 산둥성산 생수병도 보입니다.

    취재진 3명이 직접 수거해 봤습니다.

    저희가 5분 동안 모은 쓰레기만 해도 이 정도입니다.

    이 중에서 저희가 중국어 포장지가 붙은 페트병이 얼만큼인지 따로 모아보겠습니다.

    페트병들은 아이스티, 녹차, 커피 등 종류가 스무 가지가 넘게 다양합니다.

    중국산 쓰레기들은 왜 백령도에 몰려오는 걸까.

    중국 본토에서 해류와 바람이 동쪽으로 쓰레기를 실어나르는 데다, 백령도 북쪽에서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 대규모 선단도 한몫을 합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
    "중국 본토에서 떠밀려온 것도 있겠지만, 중국 어선들이 배에서 생활하면서 버린 것도 있을 거고…"

    쓰레기양이 너무 압도적이라 어민들 생업까지 위협합니다.

    백령도 남쪽의 어촌마을.

    자루 가득한 버려진 부표와 폐어구들, 우리 어부들은 쓰지 않는 장비들입니다.

    [장주봉/백령도 주민]
    "이게 다 중국산이거든. 떠다니는 거는 다 중국 거고…"

    통발과 그물에는, 소라와 물고기 대신 중국산 쓰레기가 걸립니다.

    [장주봉/백령도 주민]
    "통발을 이 안에서 할 수 없어요. 쓰레기가 먼저 차버리니까."

    심지어 서해 최북단이란 특성상 쓰레기를 못 치우는 장소들도 있습니다.

    이곳은 저 멀리 북한 지역이 보이는 해안가입니다.

    여기도 마찬가지로 버려진 페트병들과 부표들이 나뒹굴고 있는데요.

    문제는 지뢰가 묻혀진 공간이라 제대로 치울 수조차 없다는 겁니다.

    쓰레기를 치운다 한들 처치도 곤란합니다.

    제가 서 있는 이곳은 이 섬에서 나온 해양쓰레기들이 모여있는 적환장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많은 해양쓰레기들이 육지로 가지 못해 이곳에 쌓여 있습니다./

    백령도에 생활폐기물 소각장이 한 곳 있긴 하지만, 양이 워낙 많고 수분과 염분도 많아 섬 안에선 태울 수가 없습니다.

    바지선에 싣고 대형 소각장이 있는 육지까지 옮겨야 하는데, 멀고 험한 백령도 바닷길을 오갈 바지선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백령면사무소 관계자]
    "지금 (1년에) 두세 번 (반출)하는 것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서. 도급자 선정이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지난 3년간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발견된 외국 쓰레기 중 95%가 중국산입니다.

    백령도의 경우 작년 한 해 수거된 해안 쓰레기는 114톤, 2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습니다.

    [이동규/백령도 주민]
    "매일 밀려오는 쓰레기를 지역 주민들이 매일 치워도 감당을 못해요."

    정부는 2009년부터 중국에 협의를 요청했지만, 중국은 제대로 논의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심효신/백령도 주민]
    "쓰레기만 보고도 얼마든지 쟤네(중국인들) 생활환경을 알 수 있다는 게 서글픈 것이고. 이게 무슨 쓰레기 매립장처럼 돼버렸으니…"

    바로간다 구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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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취재: 장영근 / 영상편집: 유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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