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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양효걸

[거리의 경제 8화] 월세 못올리니 주차비 내라? - '가격상한제'의 두 얼굴

[거리의 경제 8화] 월세 못올리니 주차비 내라? - '가격상한제'의 두 얼굴
입력 2021-08-14 20:26 | 수정 2021-08-14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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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경제와의 거리를 좁히다, 거리의 경제입니다.

    밥값이나 커피값, 교통비가 갑자기 크게 오르면 어떨까요.

    선뜻 지갑 열기 쉽지 않죠.

    이렇게 물가가 크게 오를 때, 정부에선 가격을 규제하곤 합니다.

    서민 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죠.

    그런데, 가격을 억지로 누르는 것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살펴보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중구의 직장가, 카페엔 왜?]

    Q. 이곳을 찾는 이유는?

    [김동건]
    "가격도 저렴하고 맛있습니다."

    [이상형]
    "가격도 1300원이다보니, 조금 기다리는 정도는 괜찮은 거 같아요."

    [커피 가격이 1300원?…점심시간 길게 늘어선 줄]

    [가성비 100점 만점에 이 가게는 얼마 정도?]
    "150점!" "저는 200점”

    이렇게 가격이 낮아서 사려는 사람들이 넘치는 상황, 경제학에선 이걸 '초과수요'라고 합니다.

    [4년 동안 커피 가격을 올리지 않은 사장님]

    [송석연/커피가게 운영]
    "(4년 동안 올리고 싶은 유혹이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못 올리죠. (단골 손님들이) 하루에 막 열 번씩도 세 번씩도 오시고 감사하게도 그냥 손님들 때문에 그만큼 많이 팔아야죠."

    이렇게 저렴한 커피값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대개는 그렇지 않죠.

    '초과수요'가 쌓이고 쌓여서 결국 가격을 끌어올릴 경우, 정부는 물가 안정 대책을 서둘러 내놓죠.

    여러 대책들이 있지만 그 중에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이었을까요?

    =============

    [아카이브]

    1970년대로 왔습니다.

    고도 성장기 물가가 급등하면서, 생활 물가를 잡으려는 정부의 가격 통제가 시작됐죠.

    생필품 값이나 공공요금을 아예 묶어버린 겁니다.

    당장은 정부가 설정한 가격이 잘 지켜졌죠.

    그런데, 곧 상황이 묘하게 흘러갑니다.

    짜장면 값을 못 올리게 하니까 '특제'라는 이름을 붙여 규제를 피해가기도 했고요.

    가격 규제를 받지 않는 '유니짜장', '삼선짜장'이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버스 요금 마저도 '꼼수 인상']

    [1996년 4월 24일/뉴스데스크]
    "어른 요금은 지침대로 10% 이내로 묶었습니다 그 대신에 지침에서 언급하지 않은 학생 요금을 많게는 20% 이상 대폭 인상했습니다. 너무 많이 올랐다고요. 그래서 버스 타기 싫고 택시 타고 댕긴다고요. 돈이 별 차이가 없어서…"

    [1996년 3월 31일/뉴스데스크]
    "이번에 나온 신제품은 이름이 길어진 만큼 가격은 예외없이 기존 제품보다 비쌉니다. 용기를 바꾸고 나서 신상품이라고 가격을 올리는데요. 그거보다는 정말 질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효과는 길게 가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부가 일정 가격 이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규제하는 걸 '가격 상한제'라고 하는데요.

    주로 ① 갑자기 가격이 급등하거나 ② 소비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합니다.

    [2008년 3월 25일/뉴스데스크]
    "정부가 직접 물가를 관리하겠다는 생활 필수품 52개가 정해졌습니다."

    문제는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억지로 누를 경우, 아까 말한 '초과수요'가 계속 쌓이면서 더 감당하기 힘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정부의 물가 안정 의지를 불신하는 경우, 가격 상한제의 효과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죠.

    [2008년 4월 15일/PD수첩]
    "누리꾼들의 반응도 냉소적이었다. 자장면은 잡고 짬뽕 볶음밥 탕수육은 놔두느냐. 바지 값만 잡으면 셔츠 값은 어떻게 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 전월세 가격이 폭등했던 부동산 시장에선 어떨까요?

    =============

    지난해,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했죠.

    먼저 2년을 거주한 세입자가 임대료를 최대 5%만 올려주고 2년 더 살 수 있게 가격을 제한한 겁니다.

    당장 월세 부담이 줄어든 세입자 입장에선 한숨을 돌렸죠.

    정부에선 실제 계약 갱신률이 77.7%까지 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1년, 현장에선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임대차3법 개정 이후 달라진 상황이 있는지?]

    [이진영/서울 마포구 공인중개사]
    "2년 뒤에 5프로 밖에 못 올리니까 미리 올리는 거죠. 예를 들면, 입주 당시 34평 전세가 7억 전후였어요. 그런데, 지금 전세가 보통 11억이에요."

    "4억을 더 받을 수 있는데 3500 올려 받고 그냥 세입자를 놔둔다? 속이 쓰린 거죠. 그러니까 실제로 입주를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세입자를 내보내는 거죠."

    [KB은행 "아파트 평균 전셋값 1년새 급등"]

    빌라의 경우, 아예 안 받던 요금을 챙겨 받는 곳까지 생겨나고 있습니다.

    [신철식(가명)/최근 재계약 세입자]
    "이번 정책이 바뀌면서 보증금을 내리고. 월세를 받겠다. 주차비를 또 받는다고 하시더라고요. ( 주차비는 없었던 거잖아요? ) 네 없었죠. 청소비를 올리고. 주차비 올리고. 내 마음인데. 거기에 대한 법은 없잖아요. 다 합치면 100만 원이나 하는 월세를 내는데."

    [주변 시세는 이미 급등…'꼼수' 인상에도 '울며 겨자먹기' 재계약]

    [신철식(가명)/최근 재계약 세입자]
    "세입자를 생각해서 해주신 거는 감사해요. 그런데 몸에 와 닿는 거는 더 힘들어지니까. 지금 계약서 써도 2년 뒤가 걱정이니까."

    우리 나라에서만 나타난 현상은 아닙니다.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는 임대료를 규제하자, 집주인들이 집수리를 거부하면서 '슬럼가'가 생기기도 했었는데요.

    과거 뉴욕 집주인들이 품질 저하로 대응했다면 지금은 규제 회피로 대응하고 있는 셈입니다.

    코로나 초기, 공적 마스크처럼 가격 규제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시장에 '초과 수요'가 존재한다면 이걸 언제까지 누를 순 없는 겁니다.

    [ 민세진/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단기적으로는 정말 일시적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그럼에도 가격상한제 같은 대증요법을 썼다 라고 했다면 시간을 벌었을 때 어떻게 이 구조적인 원인을 해결할 것인가라고 하는 명확한 플랜이 사전에 있었어야죠."

    ◀ 기자 ▶

    결국, 가격 통제라는 최후의 처방을 낼 때는 가격 폭등 과정에서 정책 실패나 시장 왜곡은 없었는지, 넘쳐 나는 초과수요를 어떻게 해소할지,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줄어 오히려 가격이 더 올라갈 수도 있으니까요.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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