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고독사.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세상과 이별하는, 그리고 그 사실조차 아무도 모르는 쓸쓸한 죽음을 말합니다.
전에는 특이한 사건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전문 청소업체들이 등장할 정도로 흔한 일이 됐는데요.
홍신영 기자가 전문 청소 업체와 함께 한 50대 남자가 홀로 떠난 자리를 찾아갔습니다.
◀ 리포트 ▶
초록색 테이프로 문틈을 꽁꽁 막은 집 앞.
검은 옷차림으로 고개를 숙여 묵념합니다.
문을 여느 순간, 덮쳐오는 지독한 냄새.
이름 중 한 글자를 따서 '길이 삼촌'이라 불린 58살 남성의 죽음은, 2주 넘게 지나서야 이 냄새 덕분에 주변에 겨우 알려졌습니다.
투명한 냄새처럼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죽음.
핏물과 분비물이 남긴 시커먼 얼룩만이, 힘겨웠을 그의 마지막 순간을 증언합니다.
[김새별/특수청소업체 대표]
"냉장고 보면 왼쪽 발이 저기 있었어요. (넘어지셨던 거 같아요) 그런 거 같아요. 머리는 저 쪽에 있고…그쵸? 키가 크셨나봐요."
마지막 입은 옷은 뭉치째 한 쪽에 구겨져 있습니다.
[김새별/특수청소업체 대표]
"감식하면서 시신을 이쪽으로 옮기신 거에요. 여기서 옷을 벗겼잖아요."
이제 '길이 삼촌'의 흔적들을 지울 차례.
특수약품을 뿌린 바닥을 저도 함께 닦아내며, 검은 얼룩들을 하나둘 지웠습니다.
시신이 남긴 오염들을 닦아낸 뒤, 주인 잃은 물건들을 정리합니다.
쉰여덟 삶이 남긴 건 다섯평 남짓 방 한칸 살림살이가 전부.
세탁기에 빨래감들이 그대로 남았고, 냉장고엔 반찬보다 약봉지가 더 많습니다.
[김새별/특수청소업체 대표]
"21년 6월 25일날…소화기 내과…삶에 대한 의지죠. 몸이 아프니까 당장…"
몸이 나으면 그가 가고 싶었던 곳은 어딜까.
출국 기록이 없는 깨끗한 여권, 붙박이장 안에 넣어둔 상자에선, 신은 흔적이 없는 새 검은색 정장 구두도 한 켤레 나옵니다.
아직 응모하지 않은 복권 다발 한뭉치.
파란색 주머니에는 '꼭 챙겨야 할 물건'…삐뚤빼뚤 맞춤법도 틀린 쪽지가 붙어 있습니다.
간직해 온 건 사진첩입니다.
[김새별/특수청소업체 대표]
"앨범…앨범이 젊으셨을 때부터…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유품은 사진이거든요. 정말 기쁠 때 좋은 데 가서 좋은 거 구경하고 이러면서 (담고 싶어서…) 이런 게 사진이거든요."
혹시 나타날지 모를 가족에게 전할 것들만 따로 챙기고 나니, 고인의 흔적은 덩그러니 스무 개 남짓한 검은색 비닐봉지로만 남았습니다.
[주변 이웃]
"성격 좋아요. 인상도 좋고…(마지막으로 보신 게 언제에요?) 보름도 넘었죠. 한 달 가까이 됐나…(찾아오는 사람도 없었어요?) 네…"
국내 고독사가 얼마나 되는지는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없습니다.
올 해 4월에서야 관련 법이 통과되면서 실태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고독사 규모는 경찰의 사망사건 현장감식 보고서를 참고해 짐작만 할 뿐인데, 지난해 4천 2백 건으로 1년 전보다 5백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마치 냄새처럼 투명하게 떠나가는 '길이 삼촌'들은 하루 11명입니다.
MBC뉴스 홍신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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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취재 : 장영근 / 영상 편집 : 양홍석
뉴스데스크
홍신영
냄새로 겨우 알아챈 '길이 삼촌'의 죽음…"하루 11명"
냄새로 겨우 알아챈 '길이 삼촌'의 죽음…"하루 11명"
입력
2021-08-19 20:01
|
수정 2021-08-19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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