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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맨] "지금 수술 못 합니다."…피 말리는 코로나

[로드맨] "지금 수술 못 합니다."…피 말리는 코로나
입력 2021-08-28 20:26 | 수정 2021-08-2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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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드맨 ▶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코로나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사람들끼리 모이는 걸 극도로 자제하고 있죠.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런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버스가 있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인지, 지금부터 길 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현장1] 대형 버스가 아파트 단지에?

    ( 아파트 단지에 등장한 의문의 버스? )

    [아파트 안내방송]
    "관리 사무소에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잠시 후부터 헌혈행사를 시행하오니…"

    ( 알고보니 헌혈버스! )

    Q. 아파트에 헌혈 버스가 오게 된 이유는?

    [ 성진형 /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 ]
    "( 원래 아파트는 야채 트럭같은 게 많이 오는데 아닙니까? ) 지금은 학교나 군부대, 일반단체에서 헌혈을 쉽게 이제 하지 않고 취소되는 경우도 많아서 그래서 아파트나 일반 가두에서 헌혈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오늘 예상 헌혈자 수는?

    "(오늘은 몇 명 될 것 같으세요?) 10에서 20명 이상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1시간 만에 드디어 나타난 첫 번째 헌혈자 )

    "좀 아픈데 잠깐만 참아주세요."

    [ 박 모 씨 / 헌혈자 ]
    "( 코로나 때문에 헌혈을 다들 꺼린다고들 해요.) 그냥 집 앞에 온다고 해서 온 거지 뭐 거창한 그런 이유는 없고 그동안 애를 낳고 나면 여자들은 철분 수치도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못 하다가… ( 몸 만들어 오셨군요! ) 하하 "

    ( 4시간 경과… 오전 내내 '1명' … 계속 헌혈자를 기다려 보지만 쉽지 않은 상황)

    [ 성진형 / 대한적십자사 중앙혈액원 ]
    "네 안타깝게 1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단체 버스가 쉬는 경우가 거의 없었거든요. 오늘 같은 경우도 2대만 운행을 하고 있고요."

    ( 결국 이날 하루 버스를 찾은 헌혈자는 '4명' )

    ( 헌혈자가 없다 보니 혈액 부족으로 응급상황은 속출하고… )

    화재진압 중 화상 입은 서른살 소방관, 혈액 부족에 발동동 ( 2021년 8월 )

    위급상황 수혈 못해 환자 숨져… 재난급 혈액난 악화일로 ( 2021년 6월 )

    "제주사고로 피 많이 흘린 딸, 살려달라" 아빠의 눈물 ( 2021년 4월 )

    [현장2] 비어가는 혈액 창고

    주변 병원 3백여 곳을 담당하는 혈액원 저장고도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 로드맨 ]
    "여기가 비어 있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 손철우 /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 공급팀장]
    "네 여기 가득 차 있어야 합니다. 의료기관에서 대형으로 혈액이 필요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혈액을 항상 일정 부분은 보유해야 되는데…"

    ( 선반에 혈액이 가득 차 있어야 적정 보유량 5일 치 유지 )

    ( 이대로라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이틀 남짓 )

    [ 손철우 / 대한적십자사 서울동부혈액원 공급팀장]
    "대형병원 같은 경우는 한 50% 미만으로 공급하고 있고. 그 다음에 개인병원이나 작은 병원은 수술 일정을 연기해서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 신청은 3백여 곳… 혈액은 병원 한곳 당 한두 개 수준)

    Q. 지금 혈액은 어디로 가는 건지?

    [ 문성한 / 서울동부혈액원 총무팀]
    "서울대병원으로 혈액 공급하러 가는 길입니다. (제가 볼 때는 양이 엄청 많아 보이거든요.) 진짜 지금 상황으로 보면 50% 이상은 줄었다라고 보시면 돼요. 예전에 비하면 되게 큰 가방에 한 3-40개씩 혈액이 가는 걸로 하면 지금은 들어와봤자 5-10개밖에 안 돼요."

    ( 코로나 19는 혈액 감염과 무관하다고 알리고, 방역에도 신경써 보지만 헌혈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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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팩트맨]
    그야말로 '피말리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헌혈을 꺼리면서 헌혈자 수가 지난 한 해만 18만 명이나 줄었고요.

    여기에 단체 헌혈이 많았던 학교들이 비대면 수업을 하고, 군부대도 확진자 발생으로 비상이 걸리면서 지난 6월 말부터 약 두 달간 2백 건이 넘는 단체 헌혈이 취소됐습니다.

    급하게 미뤘던 수술들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됐죠. 이렇게 혈액 수요는 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최근 오히려 강화되면서 혈액 공급은 더 줄고 있는 겁니다.

    현재 보유량은 약 사흘 치 남짓, 적정 보유량 5일 치를 한참 밑도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극심한 '혈액 가뭄'은 작은 병원일수록, 그리고 지역으로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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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2] 지역은 대형병원도 '고갈'

    [로드맨]
    "이곳은 경북 포항의 한 대형 병원인데요. 현재 혈액 상황 어떤지 살펴보겠습니다."

    ( 700 병상이 넘는 대규모 병원 )

    Q. 이 곳 상황은?

    [ 김현정 / 포항세명기독병원 혈액은행 담당 ]
    "20유닛 주문했는데, (지금 혈액이 몇 개 온 거예요?) A형 두 유닛이랑 O형 두 유닛이 왔습니다. 양이 많이 적네요. (혈액이 없습니다. 지금)"

    ( 혈액 20개 요청했는데 도착한 혈액은 달랑 '4개' )

    [ 김오준 / 포항혈액공급소 공급담당 ]
    "(20개에서 10개는 와야 되는 거 아닌가 싶은데 반도 못 왔네요) 그렇죠 매일 그렇습니다 요즘. 포항 공급소가 포항 5개 경주 2개를 커버하고 있거든요 7개"

    [로드맨]
    "이런 말 적절한지 모르겠는데 여기다가만 4개 주고 다른 데 더 많이 주고 이런 건 아니죠?"

    [ 김오준 / 포항혈액공급소 공급담당 ]
    "아니 그런 거 없습니다. (작은 병원은) 한 개나 두 개 갈걸요? ( 한 개? 웃으면 사실 안되는데 헛웃음이 나와요."

    ( 밀려드는 수술에 혈액 수요는 더 많아지는데… )

    [ 김현정 / 포항 세명기독병원 혈액은행 담당 ]
    "(은행은 보통 돈이 많잖아요 그런데 이 은행은 어떻습니까?) 비어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O형이 거의 없는 경우도 있었거든요. (이렇게 혈액이 없으면 뭐가 제일 어려우세요?) 응급환자가 들어왔을 경우에 혈액이 제때 다 나가야 하는데 못 준비하고 있을 때가 그때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수술 일정이 차질이 있었어요."

    (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 특성상 응급 수술이 많은 대형 병원 )

    ( 혈액을 구하기 위해 의료진이 직접 헌혈에 나서기 까지 )


    [현장4] 한계 몰린 산부인과

    응급이 일상인 산부인과는 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 고광덕 / 00여성병원 원장 ]
    "산모 임산부들 출산 후에 3대 사망률 중에 1위가 출혈입니다. (산부인과는) 블러드 비즈니스다. 할 정도로. 갑자기 혈액이 대량 출혈하기 때문에 응급수혈의 필요성이 무엇보다 산부인과에서 많이 문제가 되죠. 요즘엔 직원들이 걸핏하면 헌혈하러 갑니다."

    ( 응급수혈이 잦은 산부인과는 이미 비상사태 )

    ( 하지만 혈액 저장고는 채워지지 않고 )

    [로드맨]
    "여기가 이게 원래 A형자리네요. 여기 O형엔 좀 있네요?"

    [고광덕 / 00여성병원 원장]
    "그건 이제 O형이 아니고요. 안 쓴지가 오래됐기 때문에 다른 혈액에 혈액공급에 필요한 세트 같은 거. (정작 피는 없군요.)"

    [로드맨]
    "진짜 피 말리는 일이네요. ( 네, 피가 말랐습니다. )"

    아무리 좋은 의료 시스템이 있어도 혈액이 없으면 간단한 수술조차 할 수 없겠죠.

    바꿔 말하면, 혈액이 없으면, 탄탄한 의료 시스템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조짐이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당장 우리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일 겁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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