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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건 무법질주해도…손님도 식당도 "왜 늦었냐"

목숨 건 무법질주해도…손님도 식당도 "왜 늦었냐"
입력 2021-09-02 20:23 | 수정 2021-09-0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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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거리의 위험한 무법자로 손가락질 받는 배달 오토바이.

    그런데, 그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배달 노동자의 입장은 어떨까요?

    왜 그렇게 무법질주 할 수밖에 없는 건지, 폭증한 배달시장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따라 가봤습니다.

    ◀ 리포트 ▶

    사무실과 아파트가 함께 모인 신도시.

    점심시간에 배달 오토바이가 출발합니다.

    출발과 동시에 신호를 위반하며 사라져, 쫓아가기도 어렵습니다.

    12차로 도로에서 줄줄이 신호를 어기고, 차들 사이를 요리조리 가로질러 겨우 도착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늦었다"는 독촉입니다.

    [식당 관계자]
    "이거 12시 5분까지 갖다 달라고 하거든요."

    다른 식당에서 음식을 받은 다음엔 인도까지 가로질러 달립니다.

    [김기범/배달 노동자]
    "여기서 (인도로) 올라오면 바로 올라올 수 있잖아요. 급할 때는 이렇게 해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도 길게만 느껴집니다.

    "지금도 한 5분 이상 걸린 것 같은데요. 승강기가 층마다 서요. 여기도 상업용 건물이라 승강기가 많이 막힐 거란 말이에요."

    비가 내리면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면서, 주문이 더 늘어납니다.

    빗길을 달리면서 확인한 고객의 메시지, "빨리 와달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독촉 문자는 수시로 날아옵니다.

    다른 배달 오토바이는 아파트 단지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위험하다며 아예 오토바이가 못 들어오게 막아놔 입구부터 걸어야 합니다.

    [전원희/배달 노동자]
    "오토바이를 타고 여기는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씀을 하시거든요. 많이 (가로)막혀요. 이거 때문에 경찰이 온 적도 있고."

    남들이 퇴근할 때, 더 바빠지는 배달 노동자.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과 카페의 영업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배달업체 지점에선 40명이 주문을 받고 계속 거리로 나서지만 20개 넘게 쌓인 주문은 줄지를 않습니다.

    [김종혁/배달대행업체 지사장]
    "(예전에 1명이) 30~40개 주문을 수행했다면 지금은 50~60개 정도를 수행해요. 5시부터 9시 그 시간은 미친 듯이 돌고, 나머지 그 이외 시간들은 코로나 이전의 '피크 타임'처럼 됐어요."

    작년 온라인 음식 배달금액은 17조 4천억 원, 1년 전보다 78.6% 폭증했고, 배달노동자는 39만 명, 2013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주택가 한가운데 들어선 배달대행업체.

    어린이공원 바로 옆에 오토바이 수십 대가 진을 치고 있습니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
    "대로변이나 이런 데로 하면 저희도 참 좋은데, 대로변으로 가면 오토바이는 인도에 세워놔야 하는데 통행에 더 문제가…"

    배달의 편리함은 일상이 됐지만, 역설적으로 배달 오토바이는 눈살부터 찌푸리는 대상이 됐습니다.

    [인근 주민]
    "밤늦게 그냥 소리를 내며 왔다갔다 하니까 아무래도 시끄럽죠. 애들(배달 노동자)끼리 떠들고 얘기하는 게 다 들려요. 안 좋죠."

    [인천 송도 아파트 관계자]
    "아이들 다칠 뻔하고 몇 번이나 이분들하고 싸우고…"

    배달 노동자들은 위험한 운전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묻는 게 맞냐고 되묻습니다.

    [김기범/배달 노동자]
    "태풍이 오는 날도 배달이 떠요. 한 번쯤은 생각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사람'이라는 걸… 정말 기사들이 희생해서, 갈아 넣어서 지금 하고 있다…"

    편리함이 커진 대신 배달 노동자는 물론 시민 모두의 안전을 볼모로 한 사회적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급성장하던 배달시장, 코로나19로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더욱 커져 버렸지만,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작업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입니다.

    MBC뉴스 손하늘입니다.

    영상취재 : 장영근 / 영상편집 : 위동원,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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