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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폭행에 '죽어버려라' 폭언까지…해군 일병 극단 선택

왕따·폭행에 '죽어버려라' 폭언까지…해군 일병 극단 선택
입력 2021-09-07 20:14 | 수정 2021-09-0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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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해군 병사가 배 안에서 집단 따돌림과 구타, 폭언을 당해오다 휴가 중에 스스로 생을 정리했습니다.

    유족은 부대가 가해자와 피해 병사를 분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을 정도로 방치하면서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어학병으로 해군에 입대해 지난 2월 강감찬함에 배치된 정 모 일병.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아버지를 간호하려고 휴가를 나왔다 지난 3월, 자가격리 2주를 거쳐 한 달 만에 부대에 복귀했습니다.

    코로나19로 군 내 휴가가 제한됐던 때라, 정 일병을 향한 눈초리가 따가웠다고 합니다.

    [故 정 일병 어머니]
    "'내가 여기서 왕따인가 봐' 그렇게 얘기를 해요. 전혀 그런 성격이 아니어서, '왜?' 그랬더니. '내가 휴가 갔다 왔다고 그러나 봐…'"

    일부 선임병들은 "꿀 빨고 있다", "신의 자식이다"라며 정 일병을 대 놓고 따돌렸고, 근무 중 실수를 하자, 선임 두 명이 가슴과 머리를 밀쳐 넘어뜨리기도 했습니다.

    답답한 나머지 "제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돌아온 건 "죽어버려라"는 폭언이었습니다.

    [故 정 일병 어머니]
    "(아들이 선임들에게) '죽으란 말입니까' 했더니, '니가 XX면 재미있겠다'(고 했다.)"

    정 일병은 폭행과 폭언을 함장에게 신고했지만, 보직만 바뀌었을 뿐 가해자들과 계속 마주쳐야 했습니다.

    결국 구토와 과호흡 같은 공황장애 증상이 생기고, 자해 시도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하선 조치가 이뤄진 건 갑판에서 기절해 쓰러지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질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이후였습니다.

    정 일병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일상을 되찾는가 했지만, 지난 6월 18일 끝내 자택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유족과 군 인권센터 측은 사망 두 달 반이 지나도록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임태훈/군인권센터 소장]
    "주요 수사 대상자들이 인사조치 없이 청해부대 임무수행을 위해 출항해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은 관계로 소환 조사도 하지 못하고…"

    이에 대해 해군은 "사망 원인과 유가족이 제기한 병영 부조리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해군인 게 자랑스럽다며 휴가 중에도 정복을 입고 사진을 남겼던 정 일병의 모습은 영정 사진이 돼 버렸습니다.

    [故 정 일병 어머니]
    "그렇게 해군을 좋아했어요. (아들이) '근데 엄마, 내가 생각한 그런 군이 아니야.'"

    MBC 뉴스 고재민입니다.

    영상취재: 김백승 / 영상편집: 신재란 / 삽화: 박광용 이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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