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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그러진 안전모 속 추모 쪽지‥"어른 되면 꼭 바꿀게요"

찌그러진 안전모 속 추모 쪽지‥"어른 되면 꼭 바꿀게요"
입력 2021-09-10 20:34 | 수정 2021-09-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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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서울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외벽 유리창을 청소하던 20대 청년 노동자가 20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현장에는 고인을 추모하는 쪽지들이 있는데요.

    찌그러진 안전모 속에는 이렇게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분이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다는 쪽지가 놓여있습니다.

    김지인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 리포트 ▶

    바닥에 놓인 꽃다발과 찌그러진 하얀 안전모.

    안전모 안에는 '아저씨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쪽지 한 장이 놓여있습니다.

    지난 8일 아파트 외벽 유리창 청소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떨어져,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습니다.

    20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노동자가 추락한 자리엔 끊어진 밧줄과 작업 용구들이 남았습니다.

    사고 당시 몸을 지탱했던 건 밧줄 하나뿐.

    보조밧줄도 제대로 연결하지 않았습니다.

    [아파트 관계자]
    "소리만 듣고 나와 보니까 사람이 떨어졌더라고요. 유리 닦았어요. 그 전날에는 이거 아파트 외벽을 닦았고요."

    아파트 주민이 남긴 안전모 속 쪽지.

    "딱 한 번만 줄을 묶을 수는 없었을지" 안타까워하며, "어른이 되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분 없도록 꼭 바꿀께요. 그 곳에선 제발 행복하게 살아주세요"라고 적혔습니다.

    뒷면에도 "미안해요"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박경엽 / 아파트 주민]
    "참 어렵고 힘든 일이고, 고수익이라서 또 힘드신 분들이 좀 하게 되는 그런 일이기도 하고 그런데…"

    [정진주 / 아파트 주민]
    "이제 명절도 돌아오는데 정말 안타깝죠."

    한 인터넷 사이트에는 숨진 청년이 자신의 제자인 것 같다며 마지막 나눈 SNS 대화가 공유됐습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밧줄에 매달린 사진과 함께 "돈 벌고 있다"는 답장이 남아 있었습니다.

    글쓴이는 '예의바른 청년이었고, 원래 하던 일을 코로나 때문에 못 하게 되자 군대 가기 전까지 돈 벌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어제 낮 서울 공덕역 환풍구에서도, 미세먼지 집진기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10미터 아래로 떨어져 숨졌고, 오늘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도, 중국 국적 20대 노동자가 옥상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MBC뉴스 김지인입니다.

    영상취재: 나경운 / 영상편집: 송지원 / 화면제공: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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