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다시 봐도 현실이라고 믿기가 어려운데요.
미국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던, 올해로 20년이 되는 911테러 영상이었습니다.
항공기 납치와 자살테러로 쌍둥이 빌딩이라고 불리던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펜타곤이 공격을 받았었죠.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됐고요.
이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간의 전쟁은 지난달에야 끝이 났습니다.
오늘, 911 참사현장이었던 뉴욕에서 대대적인 추모행사가 열리는데요.
지금 뉴욕에 박성호 특파원이 나가있습니다.
박성호 특파원, 현장 상황 전해주시죠.
◀ 기자 ▶
네, 앞으로 1시간 반 뒤 9.11 테러의 현장이었던 이곳에서 추모 행사가 열립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접근이 통제돼 있고 경계도 삼엄해졌습니다.
20년이란 계기도 그렇지만 올해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직후라 의미가 남다른데요.
미국인들의 소회를 리포트로 보여드리겠습니다.
◀ 리포트 ▶
숨진 동료의 이름에 성조기를 꾸욱 눌러 꽂습니다.
9.11 당시 뉴욕소방서 부소장이었던 조 샌타가토씨, 그 역시 구조 작업으로 이틀을 땅 밑에서 보냈습니다.
[조 샌타가토/전 뉴욕소방서 부소장]
"(이틀 만에) 나타났더니 '어딨었냐, 밑에 내려가서 건물에 갇힌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괜찮다'고 했죠."
구조를 기다리던 2천여 명을 구하지 못했고, 동료 소방대원 345명을 떠나보냈다는 기억이 지금도 은퇴한 소방관을 괴롭힙니다.
[조 샌타가토/전 뉴욕소방서 부소장]
"두 가지로 힘이 듭니다. 많은 이들의 목숨을 잃었는데 찾아내지 못했잖아요. 내가 알던 동료들을 잃었는데 그들도 구하지 못했어요."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나무에 걸린 '잊지 않겠다'는 화환, 무너진 건물 자리에 새겨진 희생자들의 이름, 이젠 기록으로 남은 현장에 기억의 끈을 놓지 않고 찾아온 사람들은, 더러 눈이 젖어 있었습니다.
[새라/일리노이주]
"정말 감정이 북받쳐요. 죄송해요. 저는 아는 사람을 잃진 않았어요. 하지만 그게 당신이나 나, 누구일 수도 있었잖아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뺀 올해, 추모객들의 마음은 복잡했습니다.
끝내야 할 일이었지만 그렇게 끝내는 게 아니었다며 철수 방식에는 찜찜해 했습니다.
[테리/미네소타주]
"(아프가니스탄에) 사람들을 남겨두고 떠났잖아요. 그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게 힘들죠."
◀ 앵커 ▶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20년인데요.
미국이 '빈 라덴' 제거라는 목표는 이뤘지만, 그 외에 얻은 건 뭐가 있나 싶은데요.
어떤가요?
◀ 기자 ▶
네, 20년 전쟁의 마무리 단계에서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휘청거렸습니다.
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두 달 전에 했던 발언, 먼저 들려드리겠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7월)]
"아프가니스탄의 미국 대사관 지붕에서 사람들을 태워 대피시키는 것과 같은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베트남전 철수 때 같은 탈출 소동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미군 수송기를 타려는 필사의 탈출 장면이 전 세계에 공개돼 민망해졌습니다.
4월에 52% 나오던 바이든 지지율은 최근 44%로 뚝 떨어졌습니다.
외교적으로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던 미국이 탈레반의 잔혹 통치에 길을 내주는 역설을 낳았습니다.
이걸 피하려는 대규모 난민 발생으로 인도주의적 위기까지 더해졌습니다.
또 미군 2천여 명이 희생되고 몇조 달러의 돈이 들어갔지만 아프간은 다시 테러조직의 안식처가 되게 생겼습니다.
앞으로도 문제입니다.
미국은 탈레반과 공동의 적인 ISIS, 즉 이슬람국가 퇴치에 손잡기로 해서 '적과의 동침' 소릴 듣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미국에 동결된 아프간의 외화 보유고가 94억 달러인데, 이걸 풀어주면 탈레반에 자금을 대주게 되고, 붙들고 있으면 아프간이 식량과 연료 수입을 못 하게 됩니다.
그러면 피해는 아프간의 민간인들에게 돌아가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됩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취재:이상도(뉴욕) / 영상편집: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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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박성호
참사와 전쟁 후 20년‥추모 이어지는 '그라운드 제로'
참사와 전쟁 후 20년‥추모 이어지는 '그라운드 제로'
입력
2021-09-11 20:22
|
수정 2021-09-1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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