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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양효걸

[거리의 경제 9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우리도 온다고?"/부채함정 논란 완벽정리

[거리의 경제 9편]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우리도 온다고?"/부채함정 논란 완벽정리
입력 2021-09-11 20:31 | 수정 2021-09-1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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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경제와의 거리를 좁히다, 거리의 경제입니다.

    최근 금융 당국의 대출 규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출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주요 시중은행들도 빌려줬던 돈들을 서둘러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상까지 예고한 상태죠.

    이렇게 다급하게 돈줄을 조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문제는 없는 건지 현장으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걸이의 설문조사] 시민들에게 물어봤습니다.”

    Q. 학원비 하라고 준 돈을, 노는데 다 써버린다면?

    [ 임정희 / 시민 ]
    "회수하거나 아니면 나가야 되는 용돈을 끊거나…"

    [ 손금숙 / 시민 ]
    "용돈을 반으로 줄인다 그래야죠."

    [ 강민주, 유성은 / 시민 ]
    "(만약에 내가 노는데 다 써버렸어. 학원비를 받아 가지고. 부모님이 어떻게 하셨을까?) 외출금지 (되게 잔인하시네요.) 하하하…"

    중앙은행도 마찬가집니다.

    소비나 설비 투자에 쓰라고 기준 금리를 낮춰 돈을 풀었는데, 그 돈들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지나치게 많이 흘러들고 있다면 돈을 거둬들여야 되겠죠?

    이렇게 목표한 바와 다르게 돈이 특정 부문에 쏠리는 현상을 ‘금융 불균형(Financial Imbalance)’이라고 하는데요.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올린 주요 배경 중 하나입니다.

    [이주열 / 한국은행 총재] (2021년 8월 26일)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이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해서 <금융 불균형> 누적을 완화시켜 나가야겠다는 필요성 때문에…"

    이처럼 ‘금융 불균형’이 지속되면 각국 중앙은행들은 금리 인상으로 주로 대응하는 데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 속도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지금 보시는 게 바로 1980년대 일본의 모습입니다.

    무역환경이 갑자기 나빠지면서 일본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 금리를 파격적으로 내리고, 대출 규제도 확 풀었습니다.

    "별로 저축할 생각은 없고, 저는 자식이 없으니까요. 윈드서핑팀도 갖고 있고, 승마도 즐기고 있습니다."

    스포츠카 전성기, 버블 경제가 낳은 폭주족 풀린 돈은 부동산과 주식으로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 1988년 6월 12일 / 뉴스데스크 ]
    "도쿄 긴자의 한 복판, 신문지 한 장 넓이의 땅값은 우리 돈 1억 6천만 원에 달합니다."

    [ 1988년 6월 12일 / 뉴스데스크 ]
    "가와모토 겐지로라는 한 부자는 무려 150개의 주택, 상점, 음식점을 사들인 데 이어서 하와이의 불개미라는 별명까지 붙었습니다."

    대기업들도 미래 기술 투자보단 땅 투기에 나설 정도였는데요.

    80년대 말까지 일본 니케이 지수는 3배, (1985년1월1일 12000 -> 1989년12월1일 36000 ) 대도시 집값은 5년여 만에 3배로 뛰었습니다.

    여기에, 국제 금융 규제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일본 정부는 금리를 다시 올리기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그 속도였습니다. 수치를 한번 볼까요?

    우리가 올림픽을 치르던 1988년 2.5%였던 일본 기준 금리는, 불과 2년여 만에 2배 이상 급등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대적인 대출 규제에 나서게 되는데요.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싼 이자에 의지하던 주식과 부동산 시장.

    폭락하기 시작했고요.

    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까지 맞물리면서 일본의 대기업들도 줄도산하게 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은 20년, 30년.

    그렇게 점점 길어지게 됐습니다.

    "집이 팔리지도 않는데, 주택론 (장기주택대출)을 두 개나 안고 있습니다. 보너스 나올 때면 한 달에 100만엔 이상 갚아나가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그 방향만큼이나 속도도 중요한데요.

    그렇다면 우리의 현재 상황, 그 당시 일본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요?

    저는 지금 서울의 한 먹자 골목에 나와 있는데요. 자영업자분들의 상황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Q. 현재 가게 운영은 어떠신가요?

    [ 공신 / 자영업, 호프집 운영 ]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지금 한 달에 천만 원씩 손실 내고 있는데…(아르바이트생을) 전에는 6명 썼는데 지금은 딱 두 명, 직원 한 명과 휴일에 나올 수 있는 한 명."

    [ 공신 / 자영업, 호프집 운영 ]
    "저 같은 경우는 대출 7천 정도 받았습니다. (근데 여기서 금리가 올라가서 이자 부담이 는다고 생각하면…) 가게를 넘기거나 문을 닫는 수밖에 없겠죠."

    자영업자들의 빚 규모는 올 2분기에만 10조 원 가까이 늘어난 상황, 우리 자영업자 비중은 일본의 2배가 넘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쌓고 있다고 해도 양극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우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렇다 보니, 최근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의 대출만기를 6개월 연장해주기로 했지만, 전체 자영업자 대출 8백31조 원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여기에, 가계 빚은 사상 최고치인 1800조 원 수준으로, GDP의 100%에 육박해 90년대 일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지나치게 빨라질 경우, 자칫, 부채를 줄이려다 가까스로 나타난 회복세까지 꺼트릴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즉, 이자 부담에 소비를 줄이는 ‘부채 함정(Debt-trap)’에 빠질 수 있다는 겁니다.

    [ 강삼모 /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
    "너무 빠르면 회복하는 경제 상황이 나빠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가계 부채를 줄여야 하는 당면 과제도 있지만 소상공인이 무너질 경우에 오히려 후에 더 큰 금융부담으로 올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금리 정책뿐만 아니라 어떤 새로운 성장 정책이 필요한 거죠.”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은 당장은 인기가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며 더 빠르고, 강한 은행들의 대출 규제를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방향이 맞더라도, 속도 조절에 실패한다면 우리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금리인상이란 단순히 인기투표의 소재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리의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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