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생을 정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습니다.
23년차 맥줏집 사장, 또 치킨집 사장 생계의 절벽에 내몰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나같이 안타까운 사연들 정혜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천국 가셔서 돈 걱정 없이 사셔요"
노란색 통제선으로 가로막힌 맥줏집 문, 누군가 쪽지를 붙여놨습니다.
문 앞엔 국화 한 송이도 덩그러이 놓였습니다.
지난 7일 맥줏집 건물 지하방에서, 50대 여사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20대 후반에 시작한 맥줏집, 한때 가게를 서너곳까지 늘릴 정도로 잘 되던 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주변 상인]
"예약이 하루 종일 밀려있고 그랬었거든요. 코로나가 터지고 매출이 줄기 시작해 가지고, 직원애들도 걱정이 돼 가지고, “사장님 이 정도면 팔아야 하는 거 아니냐”"
가게 앞에는 이렇게 가스 공급이 중단된다는 안내장이 붙어있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공과금조차 못 내면서, 직원들이 일부를 대신 내줄 정도였습니다.
10명이 넘던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줄여, 마지막까지 남은 건 딱 한 명.
석달 전 사장은 자신의 원룸 방을 뺀 보증금으로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줬습니다.
대신 자신은 가게 지하 단칸방에서 지내다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주변 상인]
"살다가 집을 내 놓고 애들 월급 주고… 지하에 쪽방같은 사무실 있거든요. 거기서 이제 사시다가…"
23년이나 한 동네를 지켜 온 맥줏집,
온라인 추모공간에선, 과거 이 집을 거쳐간 아르바이트생들이 하나둘 나타나, "힘들 때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편안하게 쉬세요" 라는 글을 올리며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전남 여수의 한 치킨집 주인도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주변 상인]
"사모님이 오셔가지고 문을 두드리면서 우리 남편 살려달라고. 내가 엊그제 "요즘 힘드시죠?" 그러니까 "네, 힘들어요" 그러시더라고."
또 지난 1월에도 대구의 한 꼬치집 주인이 가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주 전국 차량 시위를 열었던 자영업자비대위는 또 다른 피해 사례도 파악할 예정입니다.
MBC뉴스 정혜인입니다.
영상취재: 정인학 나경운/영상편집: 고무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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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정혜인
원룸 보증금 빼 월급 나눠주고‥자영업자 비극 잇따라
원룸 보증금 빼 월급 나눠주고‥자영업자 비극 잇따라
입력
2021-09-13 20:11
|
수정 2021-09-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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