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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 최고 나쁜 어린이"‥10살 제자 따돌린 담임

"거짓말쟁이, 최고 나쁜 어린이"‥10살 제자 따돌린 담임
입력 2021-09-14 20:29 | 수정 2021-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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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이제 변하고 있네."
    (아이 울음소리)

    친구들 앞에서 한 학생을 몰아세우고 망신을 주는 선생님의 목소리입니다.

    아이는 옆에서 울고 있죠.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소변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불안해하는 모습을 수상히 여긴 어머니가, 녹음기를 숨겨서 학교에 보냈는데요.

    방금 들으신 것처럼 선생님이 아이를 지속적으로 면박 주는 상황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교사, 오히려 수업 내용을 녹음해서 자신의 교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과연 교권침해인지, 아니면 아동학대인지, 직접 들어보시죠.

    정상빈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지난 6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담임 선생님이 유독 한 학생을 몰아세웁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숙제 했어 안 했어? 받아쓰기 썼어 안 썼어?… 아무것도 안 한다고 시위하고…"

    울어도 달래긴커녕 더 심하게 다그칩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더 울어, 재민이 더 울어, 다른 반 가서 봐, 우리 반 7번은 김재민 아냐."
    [재민이(가명)]
    "선생님 7번 하고 싶어요."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7번 없어. 재민이 다른 반이야."

    이동수업 때는 아예 빈 교실에 혼자 남겨두고 갑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스포츠실 갈 거예요. 재민아, 선생님은 수업하러 갈게. 재민이 알아서 해. 선생님 몰라."

    남겨진 아이는 서글프게 웁니다.

    [혼자 교실에 남겨진 재민이(가명), (6월 23일)]
    "다른 반 가기 싫어요. 다른 반 가기 싫어요. 다른 반 가기 싫어요."

    돌아와서는 반 친구들 앞에서 망신을 줍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자, 여러분들, 3개월 동안 297번 거짓말 치면 거짓말쟁이 아니에요? 수업도 안 했고요, 받아쓰기 아예 보지도 않았고요, 받아쓰기 아예 쓰지도 않았어요."

    결국 언성까지 높아집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뭐 하는 거야, 지금! 너 우리 반 아니잖아, 나갔으니까! 이제 우리 반 아니야. 선생님 몰라."

    아이는 이날 하루 교실에서 울며 뛰쳐나갔다 돌아와 다시 혼나길 반복했습니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면이 있었지만 학교를 잘 적응했던 재민이는 3학년이 된 뒤 두 달쯤 지나서부터 갑자기 소변을 못 가리고 악몽을 꿨다고 합니다.

    부모는 결국 재민이 옷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이 상황을 알게 됐습니다.

    [재민이(가명)/前 담임교사(6월 23일)]
    "넌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쟁이, 나쁜 어린이. 나쁜 어린이에서 이제 최고 나쁜 어린이로 이제 변하고 있네."

    [재민이(가명) 어머니]
    "다수의 친구들 앞에서 아이를 인격적으로 모독한 일에 대해서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괴롭고…"

    신고를 받은 지역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정서적인 아동학대"라고 판단했습니다.

    [민간 상담센터 원장]
    "(재민이에게)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 그냥 무조건 사과, 사과를 할 이유가 아닌데도 무조건…"

    그런데, 학교는 담임만 교체했을 뿐 이 교사에게 아무 징계도 내리지 않았습니다.

    교사도 오히려 "허락 없이 수업을 녹음한 건 교권침해"라고 주장했고, 학교는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재민이(가명) 어머니]
    "가해 교원이 피해 교원이 돼버린 거죠. (아동학대 녹취는) 판례에 따라서 합법인데, 이런 상황을 다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난주 해당 교사를 불러 조사했지만, 교사가 다른 학년 수업을 맡고 있어 아이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민이(가명) 어머니]
    "피해자인 저희가 전학 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밝게 다시 웃고 잃어버린 자존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해당 교사는 "전부터 아이가 뛰쳐나가고 큰 소리로 울어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자주 방해했다"며 "성심성의껏 아이를 지도해왔고, 의도적으로 상처를 주려던 건 아니었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정상빈입니다.

    영상취재: 이지호 / 영상편집: 장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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