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이준희

"전세금 못 주니 집 사라"‥세입자 울린 '빌라왕'

"전세금 못 주니 집 사라"‥세입자 울린 '빌라왕'
입력 2021-09-18 20:27 | 수정 2021-09-18 20:30
재생목록
    ◀ 앵커 ▶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이용해 빌라를 무려 8백여 채나 사서 문제가 됐던 '빌라왕' 기억하십니까.

    당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 수백억 원을 돌려주지 않아서 피해가 속출했는데요.

    이 사람이 피해를 입은 세입자들에게 해결방법이 있다며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해결방법이 황당합니다.

    보증금을 받고 싶으면 자기한테서 그 집을 사라는 겁니다.

    이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빌라에 3년째 전세로 사는 A씨.

    내년 초 결혼을 앞두고 새집으로 이사하려다 발이 묶였습니다.

    집주인이 '돈이 없다'며 보증금 2억 2천만 원을 못 돌려주겠다는 겁니다.

    [집주인 대리인-A씨 (지난 4월)]
    "보증금 반환은 매매를 통해가지고 진행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정상적인 반환은 어렵다는 거죠?) 네 그렇죠."

    이 집의 주인은 모친과 함께 갭투자로 집 892채를 소유한 '빌라왕' 김 모 씨였습니다.

    이사도 못하고 눌러앉게 된 상황, 경매로 넘겨 집이 팔리기라도 하면 모르지만, 애초 근린생활시설인데다 압류까지 잔뜩 걸린 상태라 방법이 없었습니다.

    [A 씨 / 세입자]
    "하루하루가 지옥 같으니 이대로 가만히 있다간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아서 여기서 그냥 빨리 탈출하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A 씨가 집을 사 떠안기로 했습니다.

    압류를 풀기 위해 집주인이 체납한 세금과 과태료 5백만 원까지 대신 내야 했습니다.

    [A 씨 / 세입자]
    "관할 구청에 있는 (집주인) 김 씨 이름의 집의 재산세를 모두 제가 내는 거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자괴감이 많이 들었죠."

    빌라왕 김 씨가 돌려주지 못한 전세금은 2백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김 씨는 이들 세입자에게 느닷없이 편지 한 통을 일제히 돌렸습니다.

    강요는 아니라며, 해결 방법을 제시하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부동산 거의 대부분에 가압류가 걸려 있으니 보증금을 받으려면, 부동산에 매매광고를 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또, 임차인들이 직접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써놨습니다.

    압류 걸린 자신의 집을 아예 사가라는 얘기입니다.

    [피해 세입자 / 서울 양천구]
    "매물 내놓고 싶어도 가압류 돼서 안 되니까 어떻게 해야 되냐 그러니까 '그러면 (집을) 사시라'고 '사셔서 (전세를) 내놓으시라'고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문제는 남에게 팔고 싶어도 팔리지 않는 집이라는 겁니다.

    김 씨가 소유한 빌라는 대부분 전셋값과 매맷값이 비슷한 이른바 '깡통전세'이기 때문입니다.

    세입자들은 자신들의 절박한 상황을 김 씨가 교묘히 이용한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박 모 씨 / 세입자]
    "그게 (김 씨의) 목표죠. 세입자한테 집을 떠넘기는 게… 근데 그거 말고는 저희가 생각할 수 있는 뭐 다른 옵션들이 없어요."

    그래서 일부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조금이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매수하기도 합니다.

    [피해 세입자(서울 구로구)]
    "평생 모은 돈을 여기 다 박았는데 내가 매수를 해버려야 차라리 돈이 덜 나갈 것 같아서…"

    세입자에겐 악몽이지만, 김 씨 입장에선 골칫덩이 압류 주택이 하나씩 해소되는 셈입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새 집주인을 구하는 건 임차인들을 위한 조치"라며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피해 세입자들이 모인 대화방 인원만 460여 명…

    경찰은 김 씨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남부지법은 경매로 넘어간 집을 김 씨가 단기 임대로 돌려 수익을 내는 것으로 추정하고, 해당 주택 51채에 대해 '강제관리'를 결정했습니다.

    MBC뉴스 이준희입니다.

    영상취재: 독고명, 최재훈 / 영상편집: 김하은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mbcjebo@mbc.co.kr
    ▷ 카카오톡 @mbc제보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